閔씨, 300억짜리 병원 이천에 지으려 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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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의 사돈인 민경찬(44)씨가 경기도 이천시에 4백 병상 규모의 10층짜리 대형 종합병원을 건립하기 위해 2002년부터 사업을 추진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과 이천시에 따르면 閔씨는 2002년 초 경기도 이천시 부발읍 아미리에 지상 5층짜리 이천타운 건물을 소유하고 있는 친구 李모(43)씨와 건물 매매계약을 체결했다가 같은 해 말 약속한 돈을 조달하지 못해 계약을 해지당했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이천시청에 이 건물을 리모델링해 지하 3층 지상 10층, 연면적 2만7천㎡ 규모에 4백5개 병상을 갖춘 '이천중앙병원'을 건립하기 위한 건축허가신청이 건물주인 李씨 명의로 접수됐다.

이천시는 李씨 등에게 사전 교통영향평가 실시와 의료장비내역서 제출 등 12개 항에 대해 두 차례에 걸쳐 서류 보완을 요구했지만 이행되지 않자 지난달 12일 신청서를 반려했다.

李씨 등은 병원 건립에 앞서 건물 임차인들을 내보내고 내부시설을 철거하다 건축허가 반려로 공사를 중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이런 상황에 처한 閔씨가 6백53억원에 달하는 펀드를 조성해 자신의 뜻을 이루려 했던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다.

이 과정에서 閔씨는 지난해 10월 병원 전산기술 업체인 M사와 30억원짜리 자동처방전발행시스템.의료영상시스템 등의 납품 계약을 맺었다.

M사의 朴모(46)사장은 "한 대학병원 관계자를 통해 閔씨를 소개받아 계약서를 썼으나 올 2월에 지급키로 한 6억~9억원의 계약금은 받지 못한 상태"라며 "또 閔씨가 함께 사업을 하자고 해 우리 회사의 이사로 등재시켜 주었다"고 말했다.

朴사장은 "閔씨에게서 '4백 병상 규모의 병원을 세우는 데는 3백억원 정도가 든다'는 말을 들었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사업 추진 과정에서 큰 빚을 지게 된 閔씨가 짓지도 않은 병원의 식당운영권을 주겠다며 모 부동산업자로부터 금품을 받아 가로채는 등 사기극을 벌이면서 '6백53억원 모금 구상'도 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閔씨 주변에 대한 압수수색을 통해 병원 설립 추진계획서 등을 확보, 閔씨가 실제로 병원을 세우려 했음을 5일 확인했다. 경찰은 이 과정에서 閔씨가 사돈인 盧대통령의 영향력을 과시하며 돈을 끌어모았는지를 집중적으로 캐고 있다.

閔씨가 이 병원의 식당 운영권을 주겠다며 한 업자로부터 거액을 받아 가로챈 혐의도 포착, 신병 확보 차원에서 閔씨에 대해 사기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키로 했다.

그러나 閔씨는 경찰 조사에서 "6백53억원을 모금한 사실 자체가 없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정하.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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