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의자원봉사>3.프랑스 고물 고쳐팔아 거액기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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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현대인에게 있어 자원봉사는 선행이 아니라 「권리의 행사」입니다.그것을 통해 현대인은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하는 삶의근본 물음에 대한 정답을 얻어낼수 있기 때문입니다.
파리에서 북쪽으로 50㎞쯤 떨어진 인구 4만명의 소도시 보배에 위치한 국제적인 자선사업단체 에마위스(EMMAUS)의「친구들」이란 자원봉사단 보배지부.
조르주 로샤르씨(62)는 이른 아침부터 마을 15가구를 돌며수거해온 갖가지 잡동사니를 마당에 옮기며 재활용품.폐기품을 골라내는 작업에 한창이다.고장난 냉장고,망가진 침대,구식 난로등덩치 큰 물건에서부터 못쓰는 여행용 가방,오래 된 신문,병,낡은 옷가지속에서 쓸만한 물건을 찾기 위해 온종일 씨름한다.
40년전부터 같은 일을 반복해온 로샤르씨의 자원봉사는 얼핏 단순해 보인다.쓸모없는 폐품이 있다는 연락을 받고 직접 찾아가이를 챙겨온 뒤 우선 수선가능한 것들을 골라낸다.이어 닦고 조여 감쪽같이 그럴듯한 새 상품으로 만들어 한달에 두번씩 서는 場에다 내다 파는 일이다.
로샤르씨가 동료 자원봉사자 1백여명과 함께 이같은 과정을 거쳐 한달평균 벌어들이는 기금은 약 20만프랑(약 2천8백만원).지난해 거둬들인 고철.종이만 각각 3백50t과 2백50t에 달했다.한푼 두푼 모은 이 이익금은 르완다 난민에게, 잠자리가없어 길거리를 방황하는 부랑인에게,혹은 질병으로 시달리는 환자나 몸이 불편한 장애인에게 고스란히 돌아간다.
49년「넝마주이의 아버지」라고 불리며 현재 프랑스에서 가장 존경받고 있는 피에르신부가 창설한 에마위스는 프랑스내에 1백1개 지부와 전세계 29개국에 3백17개의 지부를 두고 빈곤층의사회복귀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다.「친구들」은 직접 넝마주이를했던 피에르신부의 선행을 본받아 고물 수거와 판매를 통한 기금지원을 주목적으로 만들어진 비종교적.비정치적 자원봉사자들의 모임으로 전국 42개 지부에 1천5백여명이 활동하고 있다.
『고통받는 이웃에게 작은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기쁨으로 20대 새내기 회사원 시절부터 시작했지요.퇴근후면 곧 차를 몰고 폐품을 수집해 왔습니다.』 자기가 원해 하는 봉사에 물질적 대가가 있을 수 있느냐고 반문하는 로샤르씨는 40년 완전 무료봉사임을 강조하고 이젠『넝마주이』가 다 됐다고 서슴없이 자랑한다. 에마위스의「친구들」이 물질적 도움을 주된 활동으로 하고 있다면「스쿠르 카톨리크」(가톨릭 구원회)의 자원봉사자들은 직접 몸으로 사랑을 실천하고 있는 예다.
파리 근교 오드센 지방의 소도시 아스니에의 가톨릭구원회 지부앞에는 새벽부터 파리 지하철에서 밤을 새운 부랑인 50여명이 무료급식을 받기위해 몰려든다.
이맘때면 자원봉사자 카트린리쇼씨(55.여)도 새벽잠을 설치며손수 장만해온 음식을 펼쳐놓고 부랑인 손님맞기에 분주하다.
식사배급이 끝나면 리쇼씨에게는 또 다른 일이 기다리고 있다.
지부로 온 구인의뢰를 검토해 부랑인들중 적절한 사람을 찾아주거나 문맹자의 이력서를 대필해주는등 매일 오가는 1백여통의 편지를 수발하는 봉사도 곁들여야 한다.
『단순한 자기만족이라기보다는 제가 불우한 다른 사람에게 유익하게 이용될 수 있다는 생각에서 시작했지만 너무 힘들어요.육체적인 피곤함에다 조금만 더 달라는 간청을 매정하게 뿌리칠 때의마음고생도 큽니다.』 89년 중학교 교사를 그만둔뒤 봉사활동에참여한 리쇼씨는 휴가와 몸이 아플 때를 빼고 5년째 월요일부터대부분이 쉬는 토요일까지 매일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부랑인을 위해 헌신하고 있다.
인구 7만명의 아스니에市 가톨릭구원회 지부에는 리쇼씨같은 자원봉사자 9백여명이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아이돌보기.환자수발들기.부랑인 배식.무의탁 노인과의 대화등 사소하지만 필요한 일을 8천가구 주민을 대신해 해주고 있다. 시간적 여유가 없어 자원봉사에 참여할 수 없는 사람들은기부금으로 이들의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전 주민의 40%에 이르는 2만9천명이 내는 기부금으로 지부의 연간예산 1천4백만프랑을 완전히 충당하고 있다.
아스니에 지부 운영실장 로랑 게르탕씨(43)는 자원봉사 희망자에게 당부하곤 한다.
『소외된 사람을 만나 돕는다는 이상의 것이 필요합니다.형제애로 뭉치고 사랑의 문화를 재창조한다는 소명감이 있을 때 진정한자원봉사의 가치가 살아납니다.』 [파리=高大勳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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