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새풍속>여성인력 上.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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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수백명의 부하직원을 통솔하고 골프장에서 비즈니스를 하는 여성이사.요즘 직장여성들은 커피잔이나 나르고 자료 복사나 하는 단순한 업무에 머무르지 않고 나름대로 적극적인 영역을 개척하고 있다.올들어 부쩍 늘고 있는 여성인력 활용제도와 실태를 조명해본다. 〈편집자註〉 작년 12월 L그룹의 대졸 신입사원 연수현장.머리를 입사동기의 가랭이에 대고 가위.바위.보로 승부를 가리는「말타기 놀이」에서 진풍경이 벌어졌다.
우성건설은 작년말 건축기사 자격을 가진 여성인력을 채용한뒤 현장근무를 놓고 한차례 승강이를 벌여야 했다.『전원이 현장에 나가겠다고 지원,내근쪽으로 설득하느라 무척 애를 먹었다』는게 인사관계자들의 이야기다.
남성과 같이 일하고 같은 대접을 받겠다는 여성들도 많다.
대한통운 서울지사에 근무하는 朴聖淑 과장(39)은 올 1월부터 가정집을 돌아다니며 이삿짐의 운송비용을 산정하고 고객의 불만을 처리해준다.朴과장은『작년 과장승진 이후 17년간 경험해온총무부.연수원의 일 외에 폭넓은 경험을 쌓길 원 했다』고 말했다.작년부터 금성산전 고객 상담실을 맡고 있는 李須眞 부장(50).李부장은 92년까지는 25년간 자금.회계분야에서만 일해왔다.그러나 李부장은 요즘 고객의 클레임 처리 혹은 제품개선 방안수립등 적극적인 일에 애착을 느낀다 .결혼할 틈도 없이 일에매달리는 李부장은 럭키금성그룹 여성이사 1호로 손꼽히고 있다.
여성인력들은 성공적인 직장생활을 위해 결혼을 늦추거나 결혼을안하는 사례도 많다.黃貞淑 동방기획 부국장(39)은『여성의 직장생활을 이해하고 도와주는 남성을 만나는 것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고 말한다.실제로 黃부국장도 37세인 92년에 결혼한 케이스.지금까지 은행.광고등 일부 분야에 국한됐던 여성간부사원이 최근 삼성.현대등 대기업을 중심으로 늘어나고 있다.
10대그룹의 여성부장은 30여명,대리급은 이미 1천명선을 돌파했다.이제「기업의 별」이라는 이사 자리를 차지하는 여성들도 눈에 띄게 증가하는 시대가 되었다.작년말 실시된 삼성그룹의 정기 임원인사에서 유독 관심을 끈 것은 10대그■으 로선 첫 여성이사의 선임이었다.林春子 삼성생명 대전영업국 대우이사(52)가 바로 그 주인공.
林이사는 요즘 56명의 내근 직원,6백명의 생활설계사들과 대전지역의 보험영업을 책임지고 있다.林이사에 이어 같은해 10대그룹 여성이사 2호로 등장한 權愛子 현대건설 대우이사(52)도20명의 부하직원,회사 식당인력 50명등과 함께 연간 80억원에 달하는 회사살림을 챙기고 있다.
〈宋明錫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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