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30나노 64기가 낸드플래시 개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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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삼성전자가 23일 발표한 30나노 64기가 낸드플래시 제품은 설비투자 규모를 줄이면서 미세화 공정을 도입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는 점에서 획기적이다. 삼성전자는 이 기술을 20나노 공정의 차차세대 제품 생산에도 적용할 수 있어 앞으로 3~4년간 확고한 원가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신기술로 미세화 한계를 돌파했다=지난해 발표했던 40나노 제품까지는 포토마스크 같은 장비를 모두 새로 만들어야 했다. 반도체는 실리콘으로 만든 원판(웨이퍼)에 필름을 입힌 후(증착) 설계도를 그리고(노광) 필요 없는 부분을 깎아내(식각) 만든다. 플라스틱 원판을 깎아 LP 레코드를 만드는 원리와 비슷하다.

삼성전자는 30나노 제품에 자가정렬이중패턴기술(SaDPT)을 새로 도입했다. 60나노 간격의 회로를 그린 뒤 사이 사이에 회로를 추가로 그려넣는 방식이다. DPT 기술은 이미 있었지만 포토마스크를 씌우고 깎아내는 과정을 두 차례 반복했기 때문에 비용이 많이 들고 선이 어긋나 불량품이 될 가능성이 높았다. 삼성전자는 포토마스크를 다시 씌우는 대신 산화막을 입히는 방법으로 이런 문제를 해결했다. 삼성전자 전준영(반도체총괄 상품기획팀) 상무는 “가장 비용이 많이 드는 포토마스크 공정을 한 번만 거치면 되는 데다 기존 60나노 공정에 산화막을 입히고 깎아내는 공정만 추가하면 되기 때문에 초기 설비투자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건설 중인 40나노 공정에 신기술을 적용하면 20나노 제품도 생산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원가 경쟁력이 높아진다=일반적으로 10나노 미세한 공정을 도입하면 생산 능력은 50% 이상 늘어난다. 같은 크기의 칩에 두 배의 저장 용량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매출이 늘어난다. 휴대전화 제조업체나 MP3 플레이어 생산업체는 더 큰 저장 공간을 확보할 수 있는 메모리칩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60나노 공정에서 생산한 칩으로 휴대전화용 마이크로SD 칩을 만들면 8GB 용량이 한계지만 40나노 공정이라면 32GB 메모리카드를 만들 수 있다. 여기에 초기 설비투자 비용까지 줄일 수 있다면 가격 경쟁력은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미세화 공정이 도입될수록 관련 장비를 사들여 새 라인을 건설하는 데 드는 비용이 급격히 늘었다. 90나노 라인을 만들 때 1조~2조원 들던 비용은 40나노 라인을 하나 만드는 데 3조~4조원으로 늘었다. 기존 방식으로 30나노 라인을 만들려면 이보다 최소한 두 배는 든다는 것이 반도체 업계의 추산이다. 신기술 적용으로 이 비용을 대폭 줄일 수 있다는 것이 삼성전자의 주장이다.

삼성전자는 30나노 기술 개발로 일본 도시바를 제외한 경쟁사보다 1년 이상 앞서나가게 됐다. 전 상무는 “2009년 30나노 제품을 양산해 삼성전자를 따라잡겠다고 선언한 도시바도 아직 제품을 내놓지 못해 최소한 반년 이상 뒤처진 것으로 보인다”며 “SaDPT 같은 해결책을 찾지 못한다면 기술 격차는 더 벌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40나노 라인을 건설해 내년부터 양산에 들어가는 삼성전자는 이번에 개발한 30나노 기술을 적용한 제품을 2009년 상반기 중 양산할 예정이다.

김창우 기자

◆포토마스크=실리콘 기판 위에 반도체나 LCD 등의 미세회로를 새기기 위한 설계도 원판을 말한다. 포토마스크를 웨이퍼 위에 놓고 레이저 등을 쏴 회로를 새긴다. 포토마스크 숫자에 따라 반도체 생산비용이 결정된다고 할 만큼 생산라인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

◆메모리카드=낸드플래시 칩을 사용해 만드는 저장장치. 디지털카메라에 주로 쓰이는 SD카드나 휴대전화용으로 크기를 줄인 마이크로SD카드 등이 대표적이다. 규격이 정해져 있어 SD카드에는 최고 메모리칩 16개, 마이크로SD카드에는 8개가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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