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콜릿 디자이너 미셸 리샤 "커피와 함께 드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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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좋게 이번 밸런타인 데이에 사랑하는 이에게서 초콜릿을 받았다면 그냥 한입에 털어넣지 말고 제대로 된 방법으로 초콜릿을 음미해 보자. 세계적인 초콜릿 전문점 '리샤'의 창업자이자 초콜릿 디자이너인 미셸 리샤에게서 상황에 따른 초콜릿 음미법을 들어봤다.

입천장에서 부드럽게 녹이는 게 기본=안에 아무것도 들지 않은 플레인 초콜릿의 경우 고유의 첫맛을 느끼려면 입 안에 한 조각 넣고 몇 초간 기다린다. 둘째 맛을 느끼기 위해선 초콜릿의 표면을 5~10번 정도 깨물어 맛을 느끼는 표면적을 늘려 본다. 그리고 초콜릿을 입천장에 부드럽게 밀어 서서히 녹인다. 혀에 머물러 있는 초콜릿의 맛과 결.여운을 느껴본다.

안에 아몬드.헤이즐넛.꿀 등이 들어가 있는 필드 초콜릿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우선 입속에 초콜릿을 넣은 뒤 표면의 맛을 느끼기 위해 몇 초간 녹인다. 그런 뒤 내용물을 3 ~ 5번 씹어 초콜릿으로 코팅하듯 이 안쪽에 바른다. 입 속에서 이 두 가지가 함께 녹으며 새로운 맛의 향연이 지속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혀에 머문 잔향과 맛을 음미한다.

초콜릿엔 커피가 제격=사실 초콜릿과 어울리는 음료를 찾기란 쉽지 않다. 초콜릿의 타닌 성분이 다른 맛을 제압해 버릴 정도로 강렬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초콜릿과 가장 궁합이 잘 맞는 음료는 커피다. 그 중에서도 리샤는 베네수엘라산 코코아로 만든 초콜릿과 불루 마운틴 커피를 최상의 조화로 꼽는다. 바싹 탄 원두로 뽑은 쓴 커피는 가급적 피한다.

그 다음 잘 어울리는 음료는 술. 특히 위스키.코냑.아르마냑.럼 등 떫은 맛이 적은 술이 좋다. 대표적인 조합은 프랑스 피에몽 지방의 헤이즐넛 프랄린(캐러멜.헤이즐넛이 채워진 초콜릿)과 18년산 마칼란.

홍차의 경우 특유의 떫은맛 때문에 초콜릿과 조화되기 힘들지만 우룽차는 대부분 잘 어울리는 편이다. 녹차는 캐러멜 초콜릿이나 쿨리스(과육이 혼합된 초콜릿)처럼 단 초콜릿과 함께하면 좋다. 와인은 너무 쓰거나 시지 않으면서도 단일한 향을 내는 낮은 도수가 좋다.

리샤는 "초콜릿은 단맛만 있는 게 아니라 신맛.쓴맛.떫은맛.짠맛이 결합돼 있는 정교한 맛의 극치"라며 "이런 맛의 조화를 느끼며 먹는 것이 선물한 사람의 정성에 대한 예의"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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