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비즈] "해외 학력 검증 의뢰 늘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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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아무리 작은 부정행위라도 기업의 생명을 위태롭게 할 수 있어요. 기업 규모가 커지면서 사소한 부정행위가 천문학적인 손해로 이어질 수도 있지요.”

기업의 위험 관리 컨설팅을 하는 미 크롤의 앤 티더만(45·사진) 아시아·태평양 본부장을 서울 태평로 한국사무소에서 만났다. 그는 “기업 내 관리 시스템이 전산화되고 아웃소싱이 확산되면서 부정행위가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더 커졌다”고 지적했다. 세계를 무대로 하는 글로벌 기업의 경우, 납품 비리로 제품의 품질과 안전에 문제가 생기면 전 세계로 그 영향이 확산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정보기술(IT)의 발달로 기업 내 부정행위는 더욱 지능화하는 추세”라며 “명의 도용이나 지적재산권 침해처럼 부정행위가 점점 기발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앤 티더만 본부장은 ‘신정아 사건’을 들었는지, 요즘 기업들의 새 걱정거리로 ‘이력서 사기’ 문제를 거론했다. 해외에서 교육받고 일하는 인력이 많아지면서 개별 기업이 구직자의 이력서 내용의 진위를 가려내기 어려워진 때문이다. 그는 “고위 임원을 채용할 때일수록 믿을 만한 사람인지 검증하고 확인해 달라는 의뢰가 많다”고 소개했다.

크롤은 1972년 미국에서 시작됐다. 법률가 출신의 창업주 줄스 크롤(66)은 가업인 출판업을 물려받은 뒤 회사 회계 장부 곳곳에서 부정의 흔적을 발견했다. 직원이 외부 업체와 짜고 계약서를 부풀려 돈을 가로챈 비리가 교묘히 숨겨져 있었다.

기업 거래 관계가 복잡해지면 이런 비리가 늘고, 이에 따라 부정행위 예방이나 리스크 관리에 대한 수요가 늘 것으로 예상해 회사를 세웠다. 크롤은 33개국에 변호사·회계사·경영컨설턴트 이외에 IT·금융 전문가, 전직 수사관·언론인 등 다양한 이력의 컨설턴트 4800명을 두고 있다.

박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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