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북한해빙시대>6.한반도 4强의 각축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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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지정학적 특수성으로 열강의 각축장이 돼온 한반도는 냉전 종식시대를 맞고도 남북의 대립이 여전히 첨예하고 그 틈을 비집고 주변국들의 이해 실타래가 복잡하게 꼬여 왔다.
북한과 미국의 관계정상화 합의는 냉전의 마지막 현장 한반도에평화의 전도사가 될 것이란 기대와 함께 이들 주변국들의 새로운외교각축전의 신호탄이 되고 있다.
특히 美.中.日.러 4강은 이미 남북한을 지렛대로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며 경수로 건설등에서부터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기 시작했다.
北美 관계 정상화는 북한과 일본의 해빙무드로 이어지고 남북한과 주변 4강의 관계수립은 궁극적으로 북한의 부분적 개방화와 남북한의 교류개선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고려대 李昊宰교수는『북한과 美.日 수교는 단순한 국교정상화의 의미를 넘어 북한이 개방으로 나가는 것을 의미한다』고전제한뒤『따라서 北美관계 개선은 한반도 문제의 해결을 위한 출발점』이라고 분석했다.
李교수는 이어『70년대 이후 냉전구도의 안정적 관리차원에서 미국을 중심으로 거론돼온 교차승인 구상이 국제질서 변화와 함께한반도 脫냉전 방안으로 구체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표면적으로 北美관계 개선은 핵카드를 이용한 北韓을 경제제재나봉쇄의 강경책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미국의 판단때문에가능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北韓은 최근 냉전구도 변화와 심각한 경제난 타개를 위해 美.
日과의 관계정상화를 강력하게 희망해왔다.
특히 金日成 사후에는 체제의 안정된 유지를 위해서도 美國과의외교창구 마련은 커다란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고 있다.
외교의 자주성을 강조하며 오랫동안 등거리외교 노선을 걸어온 북한이 金日成사후 中國에 속화될 가능성을 염려하고 있다는 풀이다. 주도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미국의 의도 역시 북한처럼 복잡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치된 분석이다.
핵문제해결을 위해 金正日체제의 안정이 바람직하고 장기적으로 북한과의 관계개선은 한반도,나아가 아시아 지역에서 영향력을 확대할수 있다는 것이다.
급속한 경제발전과 함께 이 지역에서 영향력을 키우는 中國을 견제할 필요도 있다.
北美 관계개선이 어느정도 진전되면 北韓과 日本의 수교협상도 재개될 것이 분명하다.日本은 그동안 여러차례 유엔대표부와 북한대사관을 중심으로 핵문제 해결이전이라도 9차 국교정상화 회담을재개할 수 있다는 입장을 표명해 왔다.
日本에서는 벌써부터 北美관계개선을 70년대초 美中관계정상화 때의「닉슨쇼크」를 들먹이며 對北관계 개선에 뒤처지지 않아야 한다는 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北韓이 중국식 개혁을 할 것을 희망하는 中國은 공개적으로는 한반도에 평화가 유지되는 한 어떤 변화에도 개입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밝히고 있다.
그러나 錢基琛 중국외교부장은 지난 16일『북한 핵문제는 韓.
中.日 3국이 협력태세를 통해 대화로 해결하자』고 말하는등 미국의 독주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毛澤東 노선을 강조하지만 껍질만 남긴채 내용을 모두 바꾼 中國은 金正日 역시 주체사상 노선을 변화시키며 中國의 영향권 안에 계속 머물러 있기를 내심 바라고 있다.
舊소련 붕괴와 함께 이데올로기적 영향력을 상실한 러시아도 북한 핵문제 해결과정에서 경제적 이익과 함께 동북아 질서에서 자신의 입지를 반영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경수로지원에 러시아형을 계속 거론하고 있는 것도 이때문이다 .
시베리아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는 러시아로서는 북방 4개도서를 둘러싼 일본과의 영토분쟁이나 현재 북한과의 갈등은 커다란 짐이 되고 있다.이같은 각국의 입장차는 당장 경수로 지원 문제를 둘러싸고 그대로 노출되고 있다.
4강은 모두 경수로 지원문제를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 확대와 동북아주도권 확보의 유력한 수단으로 생각하고 自國에 유리한 제안을 내놓고 있다.
결국 北美관계 정상화로 한반도는 4강외교 각축이라는 태풍속에휩싸이게 되었으며 앞으로 어떤 구도가 짜일지 예상키 어렵다.
韓國은 이같은 변화에 성숙하고 치밀한 외교로 통일을 앞당기는지혜를 발휘할지 시험받게 된다.
〈崔相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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