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후기] 간통죄 사례자들은 상처받은 환자들

중앙일보

입력

"간통죄가 뭔지 모르겠는데…." "간통죄? 그런 거 인터뷰 안해요, 안해."

길거리 인터뷰를 나갔을 때 시민들의 반응이었다. 그들의 반응만큼이나 간통죄는 우리에게 생소하게 느껴지는 법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TV 드라마에서나 나올 법한 이야기라고 생각해서일까. 취재를 하면서 간통죄가 TV 드라마처럼 간단하지 만은 않은 법이라고 느껴졌다.

처음에는 막연하게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간통죄에 관한 기획 의도로 출발했다. 우리는 좀 더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들어보고자 인터넷에 글을 올렸다. 자신의 배우자가 간통을 하고 있다는 사례자들의 전화가 폭주하는 바람에 작가실은 순식간에 상담실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들은 단지 간통죄의 찬반 의견을 피력하기 위해서 전화를 준 것은 아니었다. 우리들이 만난 사례자들은 환자들이었다. 그것도 백 년 서약을 한 배우자에게서 깊게 패인 상처를 가진 환자들이었다.

우리는 한 사례자를 통해 우연하게도 간통죄를 신고하는 과정을 함께할 수 있었다. 그 과정에서 불륜을 증명할 만한 여러 가지 증거가 무용지물이 되기도 했고, 심지어 우연히 현장을 목격했음에도 불구하고 그곳에 들어갈 수 없는 어이없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우리가 만난 간통죄라는 벽은 너무나 높고도 험난한 산이었다. 간통죄의 정확한 증거물은 단 하나, 성행위라고 한다. 그런데 그것을 입증시키는 것은 그야말로 하늘에서 별따기라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이렇게 어려운 절차의 간통죄가 피해자들에게는 또 다른 고통을 주는 것은 아닌지…. 간통죄 폐지론이 뜨거운 요즈음 너무 찬반론에만 매달려 있던 것은 아닌지….

간통죄! 우리 모두가 제대로 알고 정말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 하겠다.

김윤정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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