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벨트 '충청의 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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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민주당 이인제, 국민중심당 심대평, 참주인연합 정근모 대선 후보(오른쪽부터)가 21일 .2007 충청인 문화 큰마당. 행사를 지켜보며 박수치고 있다. [사진=조용철 기자]

"충청이 한국의 중심이 되면 좋겠다."(한나라당 이명박 후보)

" '충청수도 시대'를 열겠다."(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

21일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에서 열린 '충청 문화 큰마당'에 참석했던 두 후보가 남긴 말이다. 두 후보의 충청권을 향한 구애로 해석되는 발언이다.

충청향우회 중앙회가 주최하고 충청인 5000여 명이 참석한 행사에는 각당 대선 후보들이 줄을 이었다. 두 후보 외에도 민주당 이인제 후보, 국민중심당 심대평 후보, 참주인연합 정근모 후보가 참석했다.

5개 정당의 후보들이 이렇게 한 장소에 모이기는 처음이었다. 지난 두 차례 대선을 통해 충청권이 '캐스팅 보트'를 쥐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기에 충청표 잡기에 뛰어든 것이다.

절호의 기회를 맞은 김용래 향우회 총재는 "충청인은 여론조사에서 이것도 저것도 아닌 중간지대가 제일 많다는 소리를 들어왔다"며 "하지만 이제는 '핫바지' '멍청도'란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12월 대선을 앞두고 지역성을 한껏 자극한 것이다.

이날 이명박 후보는 바쁜 일정 속에 점심도 거른 채 오후 2시30분쯤 올림픽공원 행사장에 도착했다. 인사말을 하는 순서가 따로 없어 그는 손을 흔들며 행사장을 한 바퀴 돌았다. 크지는 않았지만 박수와 환호가 나왔다. 이 후보는 정 후보가 도착하기 전인 오후 3시쯤 떠났다.

정 후보는 오후 3시15분쯤 나타났다. 역시 손을 흔들며 등장했지만 환호는 없었다. 사회자가 "대선 후보들이 계속 오는 걸 보니 충청도가 강한 모양"이라며 " '충청도! 힘!'을 연호하자"고 유도했다.

이명박.정동영 후보를 맞이할 때 나머지 당 후보들의 반응은 다소 엇갈렸다. 이인제 후보는 이 후보가 옆에 앉았을 땐 무뚝뚝한 표정이었다. 그러나 정 후보가 옆에 앉자 두 손을 끌어다 자신의 무릎 위에 올려놓고 얘기를 나눴다. 반면 심대평 후보는 정 후보보다 이명박 후보를 더 반기는 듯했다. 정치권에선 요즘 "정동영.이인제 후보가 후보단일화 과정을 거칠 것" "한나라당이 국민중심당을 영입할 것"이란 얘기들이 떠돈다.

이런 가운데 통합신당 측에서는 호남-충청을 잇는 '호.충 연대'를 구상 중이다. 1997년에는 'DJP(김대중+김종필)연합'을 결성한 김대중 후보가, 2002년에는 '행정수도 이전'을 내놓은 노무현 후보가 승리한 경험에 기반한 전략이다. 실제로 김 전 대통령과 노 대통령은 39만 표, 58만 표 차이로 각각 당선됐다. 당시 충청권에서의 표 차이가 각각 40만 표와 25만 표였음을 감안할 때 충청권의 위력을 실감케 한다. 한나라당도 충청권을 주시하기는 마찬가지다. 호남에서 부는 '신당 바람'을 충청도에서 저지해 수도권으로의 북상을 막겠다는 전략이다.

남궁욱.정강현 기자
사진=조용철 기자

◆서부 벨트=호남.충청.수도권을 잇는 지역을 가리킨다. 1997년 대선 직전 김대중(DJ) 후보는 충청권의 간판 격인 김종필(JP) 후보와의 'DJP 연대'로 '호남+충청' 구도를 만들었다. 2002년 대선 때는 민주당 노무현 후보가 행정수도 이전 공약을 내세워 충청권에서 이기고, 정몽준 후보와 단일화를 성사시켜 이회창 후보를 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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