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황세희의몸&마음] 어린이 성추행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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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병적인 성욕의 끝은 어디일까. 또 성욕을 마냥 억제하기 어렵듯, 변태 성행위에 대한 갈망도 없애기 힘든 것은 아닐까.

 ‘사랑, 친밀감 그리고 교감’. 성행위에 이런 요인들이 가미 되기에 인간의 성(性)은 미화되고 예술 작품의 소재로도 등장한다. 반면 감정의 교류 없이 본능적 욕구 해소만을 위한 섹스, 성매매 등은 저급한 성행위로 여겨진다. 물론 이때도 ‘상호 합의’란 대전제는 존재한다.

 이 단계를 넘어 성행위가 서로 간에 모욕을 줄 때(사디즘, 마조히즘), 어린이를 대상으로 할 경우, 상대가 동물처럼 사람이 아닐 때, 강간 등의 상태가 되면 변태 성행위(성도착증)에 해당한다. 이 중 가장 비인간적인 범죄 행위는 단연 어린이를 성 상대로 할 때다. 롤리타 증후군, 소아기호증, 소아성애증 등으로 불린다. 정신의학적으로는 가해자가 16세 이상이면서 피해자와 나이 차이가 5세 이상 날 때 진단하며, 행태는 성기 희롱, 구강 성교, 성교, 항문 성교 등 다양하다.

 흔히 ‘가해자=성인 남성’,‘피해자=소녀’란 생각을 한다. 하지만 성기 희롱 피해자는 소년이 60%를 차지할 정도이며, 여성 가해자도 당연히 있다. 대부분 이성 어린이가 희생양이지만 동성인 경우도 5%정도 된다.

 가해자는 주로 동년배와 정상적인 성생활에서 좌절감을 경험한 이들이다. 자신의 성적인 무능함을 취약한 어린이를 마음대로 지배하고 통제하는 과정을 통해 극복해 보려는 병적인 심리가 발동한 셈이다.

 문제는 덫에 걸린 어린이의 피해가 계속 늘어나고, 심성도 심각하게 파괴한다는 사실이다. 다른 성도착증과 마찬가지로 소아성애증 역시 증상이 평생 지속되기 때문에 가해자 숫자가 적더라도 피해 아동은 적지 않다. 또 성에 대한 본능적 수치심은 피해 어린이에게 신체·정신적인 깊은 상처와 후유증을 남긴다. 상처는 장기간 전문가 치료를 받아야 치유된다. 하지만 가해자가 “말하면 죽이겠다”는 식의 협박을 하는 경우가 많아 자칫 방치되기 쉽다. 방치된 아동은 학습효과로 인해 성인이 되면 가해자로 돌변할 위험성도 높다.

 환자는 어린이에 대한 성적 집착과 욕망이 반인륜적 범죄 행위임을 안다. 하지만 자신의 욕구를 실행하지 못하면 고통스럽기 때문에 문제점을 고칠 생각이 없다. 실제 정신과 의사와의 면담도 대부분 범죄와 관련돼 강제적으로 이뤄진다. 법적인 면책 사유가 될 수 없으며 재범률도 높은 이유다.

 그나마 과거에 정상적인 남녀간 성행위 경험이 있거나, 자신의 문제점을 심각하게 알고 치료를 받으려는 의지가 있을 땐 개선 여지가 있다. 질병 경과가 이렇다 보니 구미 선진국에서도 어린이 성추행범에게는 전자팔찌를 채우고, 미국의 몇몇 주에선 가해자에게 출소 직전 성욕을 떨어뜨리는 디포프로베라(Depo-Provera)까지 투여하는 등 듣기만 해도 섬뜩하고 비인간적인 조처를 취한다.

 인터폴의 추적을 받던 어린이 성추행범이 얼마 전까지 국내 에서 영어강사로 활동했다는 사실은 부모들의 간담을 서늘케 하기에 충분하다. 그나마 그가 태국에서 검거됐다는 사실은 불행 중 다행한 일이다.

황세희 의학전문기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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