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송환 실무작업 착수 … 한나라 "정치적 배경 의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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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의 한국 송환을 승인한 미 캘리포니아 항소법원 결정문이 연방법원에 접수되면 미 법무부는 이 서류를 국무부에 넘겨야 한다. 국무부가 최종적으로 신병 인도 명령을 승인하면 김씨는 2개월 내에 송환된다. 다만 김씨가 조속한 송환을 원하는 의지를 밝히면 신병 인도 기간이 앞당겨져 11월 중 귀국할 가능성이 있다.

이 후보는 한나라당 경선 과정에서 김경준씨의 동업자냐, 피해자냐 검증 논란 속에 곤욕을 치렀다. 이에 따라 19일 정치권과 법조계 일각에선 대선 정국이 검찰 변수로 또 한번 요동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특히 검찰과 법무부의 이런 조치들은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가 대선 후보로 공식 선출된 뒤 나온 것이다.

이 후보 선대위의 한 관계자는 김경준씨 송환 문제와 관련, "범여권이 김경준 카드를 제2의 김대업으로 활용하려는 것 같다"며 "검찰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후보의 측근인 정두언 의원도 "귀국과 동시에 사법처리될 게 뻔한 김씨가 대선을 목전에 두고 들어오는 배경에 의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며 "범여권이 김씨를 대선 정국의 마지막 카드로 이용하기 위해 오랫동안 준비해 온 것으로 안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김씨의 귀국 과정에 정 후보의 한 측근이 관여돼 있다는 믿을 만한 정황 증거를 확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 의원이 지목한 정동영 후보의 한 측근은 이에 대해 "김씨와 전화통화한 사실조차 없다"며 "허위사실을 계속 유포하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반박했다.

◆검찰, 이명박 후보 출두 요구=서울중앙지검 신종대 2차장검사는 19일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에게 '청와대 명예훼손 고소' 사건과 관련해 출두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 비서실장은 지난달 7일 "이 후보가 각종 권력 개입 의혹을 제기하면서 청와대를 배후로 지목해 명예를 훼손했다"며 고소했다.

신 차장검사는 "피고소인은 당사자가 직접 검찰에 나와 본인 진술에 대한 근거나 자료를 제시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주장했다.

한나라당 나경원 대변인은 "검찰의 정치적 의도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이 후보의 검찰 출두 요구를 거부할 방침이다.

신용호.이상언 기자

☞◆김경준 송환=김씨는 'BBK사건'(주가 조작 및 금융 사기 사건)의 핵심 인물로 2001년 미국으로 도주했다. 이명박 후보는 김씨와 함께 LK-e뱅크를 세워 BBK 사건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았다. 미국 법원이 최근 김씨의 한국 송환을 승인해 다음달 김씨가 귀국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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