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 글로벌 스탠더드 와이브로 경제효과 5년간 수십조원 추정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1면

한국이 개발한 통신기술이 국제표준이 됐다. 국내 일부 지역에서 서비스되고 있는 3세대 통신기술인 '와이브로'다. 달리는 버스나 지하철 안에서 노트북으로 인터넷에 접속(사진)해 외국에 나가 있는 친구와 쪽지 대화를 나누고 음악을 내려받아 들을 수 있는 기술이다. 포털 사이트에 들어가 좋아하는 영화도 감상할 수 있다.

18일(현지시간) 국제 통신 분야의 주요 정책을 결정하는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은 스위스 제네바에서 총회를 열고 이 기술을 여섯 번째의 3세대 통신 표준으로 승인했다. 데이터 송수신 속도는 앞서 채택된 광대역부호분할다중접속(WCDMA) 등보다 1.7배 빠르고 통신망 설치도 간편하다.

글로벌 스탠더드가 된 와이브로는 우리 경제에 수십 조원의 경제 이득을 안겨 줄 것으로 기대된다.

우선 수출이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와이브로는 유선 인터넷망을 설치할 때보다 비용을 절반 정도 줄일 수 있어 아직 초고속 인터넷이 없는 개발도상국 국가에선 유선 인터넷망 대신 와이브로를 선택할 수 있다. 그럴 경우 국내 기지국 장비와 단말기 개발 업체들도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다. 이런 기대에 힘입어 와이브로 관련 중견 업체의 주가는 19일 무더기 상한가를 기록했다.

정보통신부는 와이브로 국제표준 채택으로 내년부터 2012년까지 5년간 ▶관련 장비 수출액이 30조9800억원 ▶다른 산업에 미치는 생산 유발 효과가 14조6500억원 ▶새로 생기는 일자리는 7만4900개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와이브로는 2004년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과 삼성전자 등이 공동으로 개발했다. 지난해 6월엔 KT와 SK텔레콤이 세계 최초로 수도권 일부에서 와이브로 서비스를 시작했다. 미국의 이동통신사인 스프린트가 삼성전자와 함께 미국 동부 지역에서 와이브로 기지국과 장비를 설치하고 있는 등 40여 개국이 와이브로 서비스를 추진 중이다.

하지만 넘어야 할 산도 적잖다. 와이브로가 해외시장에서 뿌리를 내리려면 든든한 내수 시장이 뒷받침돼야 하나 아직 그렇지 못하다. 서비스를 한 지 1년이 지났지만 지난달 말 현재 국내 가입자는 6만7000여 명에 불과하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자전산학과 조동호 교수는 "다른 나라 정부가 와이브로 기술을 채택하면 대외경제협력기금(개도국에 주는 차관)을 지원하는 전략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원배 기자

◆와이브로(WiBro)=Wireless Broadband Internet의 줄임말이다. 시속 60㎞로 달리면서 초고속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는 기술이다. 해외에선 '모바일 와이맥스'라고 부른다. 통신기술의 진화 단계는 1세대(음성통화). 2세대(문자메시지).3세대(영상통화 및 초고속 인터넷)로 구분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