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재조명>1.총체적 좌경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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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오늘은 日本 패전 49주년.동시에 반세기로 접어드는 시작이다.패전의 잿더미에서 오늘의 경제대국을 일궈낸 일본.「서양을 따라붙자」는 明治유신이래의 집념을 달성한 일본.그 일본이 지금 국가목표를 잃고 방황하고 있다.경제발전의 주역이던 관리들은 소비자중심의 규제완화를 거부하는 수구집단으로 집중타를 맞고 있다.「자민당 영구집권」「美日不可分」「관료신뢰」라는 정치부문에서의3대신화도 붕괴됐다.좌파가 약화되면서 일본은 총 우향우로 방향을 잡고 있다.일본은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6회에 걸쳐 정리해본다.
[편집자註] 『1보후퇴 2보전진,노동자농민 만세』-.지난 47년 1월31일 밤 NHK방송에서 전국노동조합공동투쟁위원회 이이야시로(伊井彌四郎)위원장은 울면서 이같이 총파업중지를 호소했다.다음날로 예정된 전국총파업을 중지하라는 맥아더사령부(GHQ)의 권고를 무시하다 연행돼 강제로 한 방송이었다.
GHQ가 군국주의 재부활을 막기위해 장려했던 노조가 당초 의도와 달리 일본을 사회주의화할 정도로 세력을 키워 마침내 전국총파업까지 하게 되자 손을 댄 것이다.이후 일본의 좌파세력이 일본을 사회주의화할 기회는 영구히 오지 않았다.그 동안 격렬했던 노동운동은 잠들었으며 社內노조로 사용주와 공생의 길을 걷고있다. 지난 91년 3월28일 東京大 혼고(本鄕)캠퍼스 야스다(安田)강당.일본 TV들은 22년전에 폐쇄됐던 야스다 강당에서3천3백48명의 졸업식장면을 보여 주었다.69년1월19일 8천5백명의 경찰을 투입,야스다강당에서 농성중이던 학생들 을 강제해산한뒤 폐쇄됐던 강당이 다시 사용되기 시작한 것이다.東京大는전원유급사태까지 몰고온 학생시위에 대한 교훈으로 부서진 야스다강당을 오랜 세월에 걸쳐 학습장으로 삼아왔다.그러나 냉전체제가붕괴되고 경제가 국제화로 탈바꿈하면서 학교당국도 이 강당을 보수,학생들이 다시 사용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옛날과 같은 사태가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지난 55년 사회당 좌.우파 통합에 이어 보수계의 자유당과 민주당도 자민당으로통합됐다.이렇게 시작된 自民.社會黨의 55년체제는 38년간 대립속에서 공생해왔다.영원하리라고 생각했던 자민당 의 집권 신화는 작년에 무너지고 말았다.93년6월 정치개혁법안을 둘러싼 자민당분열로 미야자와 기이치(宮澤喜一)내각불신임안이 통과되면서부터다. 자민당 장기집권이 가져온 부패와 집행부의 우유부단은 유권자의 離反을 낳았다.기존의 여.야당 구조에도 대변혁을 몰고왔고 정치인들의 이합집산도 거듭됐다.
작년 총선에서 자민당은 과반수에 가까운 의석을 차지하고도 정권을 잡지 못했으며 사회당은 大敗,결국 聯政에 참여하는 길을 선택했다.그러나 사회당은 좌파이념을 버려야 했다.또 정치도 변했고 학원도 달라졌다.노조의 탈바꿈도 일본 변화의 상징적인 현상이다.사회당 소속의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席)총리는 7월20일 지금까지 지속해왔던 反자위대,反美日안보체제,反원자력발전등3反정책을 버리고 기미가요와 일장기를 전면 인정한다고 밝혔다.
그의 발언은 일본의 총보수화를 공식 선언한 것이다.사회당이 이념이란 굴레를 벗어나 현실로 돌아온 것이다.이제 세력이 미미한공산당을 제외하면 좌파적 시각은 일본 정계에서 사라지고 있다.
총 우향우로 방향이 잡힌 것이다.기름과 물관계이던 자민당과 사회당이 손을 잡고 연정 을 구성한 것은 日정계가 이념과 관계없이 연정구성이 이뤄질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지난 11일 소선거구비례대표제에 따른 선거구 분할안이 나옴에따라 가을 임시국회에서 소선거구 분할이 확정된다.소선거구제하에서 야당이 분열된 채로 선거를 치렀다가는 참패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므로 신생당등 야당은 통합야당 「新.新黨 」결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자민당도 현재의 지지율로 봐 통합야당에 단독으로 맞섰다가는 대패한다.자민당과 사회당의 선거공조체제는 결국 보수화속의 정계개편으로 나타날 것이다.그것이 2극체제든,3극체제든 보수로의 통합은 시작됐다.12일 총리자문기관 방위문제 간담회가 발표한 보고서는 이같은 일본의 분위기를 반영,국제적 집단안보체제의 능동적 참가마저 제안하고 있다.
[東京=李錫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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