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경제주저앉는가>上.정부 정보산업 투자에 인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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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막강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미국에 대해서도「노(No)라고 할수있는 일본」임을 자처했던 일본은 미국으로 하여금 스스로를 반성해 「메이드 인 아메리카」붐과 일본때리기(Japan Bashing)풍조까지 몰고왔다.그러나 일본이 버블경제로 부동산투자에 열을 올리는 사이 미국은 기업재구축에 나섰고 일본이 요즘 「메이드 인 재팬」을 떠들고 있다.국제사회의 커다란 개방압력에 처한 일본은 戰後 55년 체제에서 탈피하지 못한채 정치.경제적 혼란의 와중에 있다.따라서 21세기를 위한 인프라 정비는 지지부진하고 멀티미디어시대를 대비하는 정보화투자는 미국과의 격차가벌어지기만 한다.선진국 따라잡기를 끝냈지만 科學프론티어는 열리지 않고 있으며 기존 관료체제는 시급한 제도개혁을 방해하고 있다.日本經濟新聞이 지적 하고 나선 이런 구조적 모순들은 日本을따라잡기에 골몰하던 바로 우리의 모습이 아닐까.5회에 걸쳐 일본경제신문에 게재된 사설을 2회로 요약,소개한다.
[편집자註] 21세기를 대비하는 국가의 산업命題는 정보화와 연구개발이라는 두개의 단어로 집약할 수 있을 것이다.그러면 산업경쟁력이 세계제1로만 보이는 일본경제의 상황은 어떤가.
고령화,수도권 집중,경제구조 변혁,풍요로운 생활,개방된 사회등 일본이 직면하고 있는 과제들을 해결해가기 위한 방안으로 정보.지식활용형 접근 방식이 중요함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런데 최근 일본의 정보분야에서 이런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국제우편물은 최근 일본發(93년도 1억2천8백만통)보다 일본着(2억1천7백만통)쪽이 압도적으로 많다.▲일본전신전화(NTT)의 가입전화 계약수 신장률이 현저히 둔화되고 있 다.▲국내 전기통신 서비스 가격이 85년을 100으로 할때 93년도에 117.0으로 상승했다.
이런 사정을 들여다보면 일본은 정보선진국이라 할 수 없는 기분이 든다.일상생활에서 이런 식이니 21세기 초엽에 1백조엔의시장규모가 형성되리라는 멀티미디어에 관해서는 어떻겠는가.미래에대한 전략이 보이질 않는다.잘못하다간 이정표 없는 정보 로웨이(하이웨이의 반대)의 나라로 전락할지도 모른다.다른 나라는 어떤가.미국에서는 산업 경쟁력 강화라는 시각에서 정보 슈퍼하이웨이 구상을 제창,실행 단계에 와있다.
민간투자를 중심으로 컴퓨터,통신,CATV로부터 정보 소프트웨어,오락산업까지가 다양한 성과를 올리고 있다.
유럽에서는 유럽종합통신망 계획이 실천에 옮겨지면서 표준화,공동연구개발,각종 器機테스트 등이 이뤄지고 있다.싱가포르는 「인텔리전트 아일랜드 2000」계획을 발표,정보 네트워크를 활용해동남아 지역의 비즈니스 센터로의 탈바꿈을 시도하 고 있다.
美전화회사 나이낵스는 한때 요코하마 시내의 케이블 TV를 사용한 전화서비스 사업을 추진했으나 최근 계획을 포기하고 일본지점도 폐쇄할 예정이다.관련 규제가 너무 번잡한 것이 그 이유다. 고도정보통신사회 추진본부 설치가 결정된 지난 2일의 각료회의에서 우정성과 통산성 사이에 주도권 싸움이 있었던 것 같다.
일본의 정보 인프라스트럭처를 튼튼히 하기 위해서는 情報省을 창설할 정도의 각오가 있어야한다.부처간의 권한 다툼에 시간을 빼앗기다간 정보사회는 동맥경화에 걸리고 만다.
公的인 연구개발을 지탱하는 대학도 위기 상황에 처해있다.요코하마 국립대학의 어느 연구실이 나라에서 배분받는 연구비는 연간약 5백만엔.이 가운데 학교 공동 경비가 2백만엔에 학술서적이나 잡지 구입비가 1백만엔 정도다.나머지 2백만 엔 정도가 연구비로 돌려진다.연구원 22명으로 나누면 1인당 10만엔에도 못미치는 현실이다.
일본의 장래를 고려해볼때 과학기술은 더욱 중요해 질것이라는 인식에 아무도 이론을 달지못할 것이다.
경제적.정신적으로 풍요로운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서도,국제사회에서 일정한 발언권을 행사하는데도 과학기술은 중요하다.
그러나 이를 뒷받침할 연구개발 시스템에 균열현상이 일고 있는것이다. 연구개발 시스템을 둘러싼 최대의 문제점은 연구개발에대한 투자 구조에 있다.일본 연구개발 투자총액은 13조9천95억엔(92년도).그 가운데 정부나 공공단체등 공적인 투자는 겨우19.4%인 2조7천억엔에 지나지 않는다.나머지는 민간 기업등이 지출하고 있다.
미국이나 유럽에서 나온 원리를 재빨리 상품화하는데 민간 연구개발은 커다란 힘을 발휘해왔다.그러나 민간투자에 의한 연구개발은 기본적으로 경제활동을 위해서라 새로운 원리나 현상의 발견으로 연결되기가 쉽지 않다.
일본을 존경할만한 나라와 매력있는 연구 장소로 만들기 위해서는 경제활동에 직결된 연구개발만으로는 충분치 않다.연구자의 지적호기심에 바탕을 둔 자유로운 발상을 보증하는 풍토가 조성돼야한다.그러기 위해서는 공적인 자금의 투입이 긴요하 다.긴 안목으로 보면 그것이 경제활동의 새로운 기반을 만드는 지름길이다.
〈李信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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