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가 고통…여보 미안하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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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데 대한 직접적인 책임을 지고자 합니다. 다시는 나와 같은 공직자가 없었으면 합니다."

安시장은 공직자로서의 자부심과 회한을 유서에 적었다. 그는 "여보 정말 미안하오. 정말 죄송하오. 모든 짐을 당신에게 남겨주게 되었습니다"며 부인에 대한 미안함을 토로했다. 유서는 몇차례 지웠다 다시 쓴 흔적이 있는 것으로 보아 자살을 앞두고 심적 갈등이 심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安시장은 "희망 없는 하루하루 고통의 시간, 사회적인 수모를 모두 감내하기가 어려워 오늘의 고통을 스스로 해결하려고 합니다"고 썼다. 자신의 명예에 금이 갔고 이를 이겨내는 것이 쉽지 않았음을 암시한 것이다.

이어 "오늘의 대한민국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서울시를 발전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로 참여했으며, 우리나라가 오늘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로 진입할 수 있도록 서울시가 절대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도시로…"라며 끝을 흐렸다. 安시장은 또 "검찰이 진흥기업 朴회장을 압박해 자백을 받아내 나를 구속시켰다"며 검찰 수사에 대한 불만도 털어놨다.

그는 유서와 별도로 A4 용지 50~60쪽 분량의 노트 4권, 50여장의 편지지와 메모지를 남겼다. 비망록 형식의 노트에는 재판과 관련된 기록이 적혀 있으며 상당 부분은 백지로 남아 있었다. 편지지와 메모지 가운데 6쪽에는 부인과 자녀, 사위 등 가족에 대한 애뜻한 정이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김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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