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에 ‘응애’ … 산골마을 돌잔치 ‘들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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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촌리 마을잔치로 열린 돌잔치에서 주인공 세나양이 아버지 이인석씨, 어머니 박철매씨와 함께 생일 케이크를 자르고 있다.

호식총(虎食塚)이 있었다는 호음고개를 넘어야 하는 산속이지만 마을로 들어서면 파로호가 한 눈에 보여 ‘산속 호수마을’로 불리는 화천군 화천읍 동촌리에서 18일 마을잔치가 열렸다. 잔치의 주인공은 이인석(42)씨와 박철매(32)씨의 큰 딸 세나양. 이날 잔치는 세나의 첫 돌잔치이다. 세나는 10여 년 만에 이 마을에서 태어난 아이다. 마을 주민들은 25년 만이라고 했다. 1997년과 99년 생(生) 어린이가 있지만 일본에서 태어난 후 100일이 지나 마을에 왔고, 돌잔치도 하지 않았다. 이렇게 오랜 만에 마을에 아기 울음소리가 들리자 주민들은 세나의 돌잔치를 마을잔치로 열기로 정했다. 기르던 돼지 한 마리를 잡아 국을 끓이고, 부녀회에서 떡과 전 등 음식을 차렸다. 잔치에는 주민과 중국 연변 출신의 박씨를 후원하는 양어머니 이옥순(61)씨, 화천에 살고 있는 연변 출신 결혼이민자, 농협 화천군지부 및 화천읍 관계자 등 230여 명이 참석해 세나의 돌을 축하했다.

 폐교를 꾸민 농촌체험연수관 2층에서 열린 돌잡이에서 세나가 첫 번째로 마이크를 잡자 박수와 함께 여기저기서 “아나운서가 되겠네” “가수가 더 낫지 않나” 등의 소리가 들렸다. 박씨는 “세나가 많은 사람들의 축복을 받고 태어나서 자란 것을 알게 되면 어떤 어려움도 이겨낼 것”이라며 “예쁘게 잘 키우겠다”고 말했다.

 마을 이장 박세영(63)씨는 “최근 농촌체험마을이 되고 소득이 늘면서 주민이 고대하던 아이도 태어났다” 며 “잔치를 본 또 다른 결혼이민자가 쌍둥이를 낳겠다고 얘기하는 등 세나는 단순한 개인이 딸이 아니라 마을의 희망, 농촌의 희망”이라고 말했다.

화천=이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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