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KB 국민은행 한국리그'
○ 조훈현 9단(제일화재) ● 박지훈 5단(대방 노블랜드)
예전 같으면 ‘조훈현’ 하면 먼저 ‘묘수’를 떠올렸지만 언제부턴가 상황은 변했다. 특히 초속기인 한국리그에서는 눈을 의심케 하는 착각으로 이긴 바둑을 자주 역전당하면서 조 9단은 어느덧 ‘불안한 존재’라는 이미지를 띠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번엔 분위기가 다르다. 착각이라면 흑2로 잡을 때 조 9단의 입에서 비명소리부터 튀어나올 텐데 백3 끊어가는 손길에 힘이 넘친다. 백1은 덜컥수가 아니라 기막힌 묘수였던 것이다.
◆실전진행(1~13)=백1부터는 외길 수순이다. 중앙 대마가 끊긴 흑은 6으로 넉 점을 잡고 살았으나 백은 7로 죽어 있던 두 점을 살려낸데 이어 9부터 13까지 흑 넉 점을 잡아 어마어마한 전과를 올렸다. 55세가 된 조 9단은 이제 흰머리가 가득하다. 그러나 석 점으로 키워 죽인다는 발상은 그야말로 놀라운 상상력. 그 수부터 여기까지, 30초 초읽기 속에서 긴 수순을 번갯불처럼 읽어낸 조훈현의 감각도 여전히 싱싱하게 살아있었다. 이 판은 백이 8집반승을 거뒀는데 이 부근의 이득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제일화재는 주장 이세돌 9단이 루이나이웨이 9단에게 패배했음에도 대방 노블랜드를 3대2로 꺾고 8승4패로 2위를 지켰다.
박치문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