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성적 좋아지면 선생님에 인센티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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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시가 학생들을 잘 가르쳐 좋은 성적을 낸 교사들에게 보너스를 주기로 했다. 교사들이 학생 성적을 올리기 위해 경쟁을 벌이도록 함으로써 공교육을 정상화하겠다는 의도다.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시장과 조엘 클라인 뉴욕시 교육감은 17일(현지시간) 랜디 웨인가튼 교원노조(UFT) 위원장과 함께 시청에서 교원 성과급제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뉴욕 타임스(NYT)에 따르면 뉴욕시 교사들이 학생들의 학업 성적에 따라 급여 외에 추가로 금전적인 보상을 받게 되긴 이번이 처음이다.

그간 블룸버그 시장과 클라인 교육감은 교육 개혁의 일환으로 연공서열식 급여 시스템을 탈피해 우수한 교사에게 월급을 더 주는 성과급제를 실시하자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교원노조의 거센 반발에 수개월간 협상이 난항을 거듭했다. 최근 미국 각 주에서 다양한 방식의 교사 성과급제가 도입되는 추세에 힘입어 양측이 극적인 합의를 이루게 됐다.

올해부터 뉴욕시가 실시키로 한 제도는 실적이 우수한 개인에게 돈을 얹어주는 기존의 성과급 개념과는 약간 다르다. 뉴욕 시내 1400개 공립학교 중 빈곤 계층 학생이 많이 다니는 200개 학교를 먼저 선정하고, 이 학교 학생들이 교육부가 전국적으로 실시하는 시험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성적을 올리면 학교 단위로 성과급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우수 교사들이 빈곤 지역 공립학교에서 근무하기를 기피하고, 그 결과 공교육의 질이 더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올해 배정된 성과급 총액 규모는 2000만 달러(약 184억원). 목표를 달성한 학교의 교사들은 1인당 3000달러(약 275만원)꼴로 보너스를 받게 된다. 내년에는 관련 예산을 더 늘려 대상 학교를 400개로 확대할 계획이다. 학교별로 지급된 성과급 총액을 균등하게 배분할지, 교사들의 기여도에 따라 차등 배분할지는 학교마다 평교사와 교장 등으로 구성된 보상위원회가 결정하게 된다. 블룸버그 시장은 "새로운 성과급제는 훌륭한 교사들을 치하하고 공립학교 수업의 질을 높이는 데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부시 행정부는 교사 성과급제를 미국 전역에 확산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러나 미국의 양대 전국 단위 교원단체인 미국교원노조(AFT)와 국가교육협회(NEA)는 최근 하원이 '낙오학생방지법(NCLB)' 개정안에 빈곤층 학생 비중이 큰 학교 중 우수한 성적을 낸 학교에 성과급을 지급하는 조항을 넣으려고 하자 반대 입장을 밝혔다. 학교.학생 수가 많은 뉴욕시가 이번에 개정안 조항과 동일한 내용의 성과급제를 도입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미국 교육계에 적지 않은 파급 효과를 미칠 것으로 보인다.

교원단체 측의 조직적인 반발에도 불구하고 성과급제는 갈수록 많은 주에서 실시되고 있다. 교원들에 대한 성과급을 지원하기 위해 연방 정부는 지난해 11월 16개 주에 4200만 달러를 배분했고, 올 6월에 3800만 달러를 추가 지급했다. 성과급제가 활성화된 미네소타주의 경우 교사들이 교육 전문가들의 컨설팅을 받아 수업지도 능력을 개선하도록 노력을 기울이고, 추후 학생들의 성적이 향상되는 정도에 따라 보너스를 받고 있다.

신예리 기자

◆뉴욕시 교원노조(UFT)=미국 내 최대 규모의 교원 노조. 현직 공립학교 교사 7만4000명을 포함해 12만3000명의 회원을 갖고 있다. 1960년 설립됐으며 미국교원노조(AFT)와 연계돼 있다. 랜디 웨인가튼 UFT 위원장은 유력한 AFT 차기 회장 후보인데 이번 협상 타결로 개혁 마인드를 지닌 지도자라는 이미지를 각인시킬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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