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택의펜화기행] 극락 가는 배 타는 곳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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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왕산 관룡사 용선대, 종이에 먹펜, 36X50cm, 2007

사람이 죽으면 영혼은 어디로 갈까요? 교회에 다니던 분은 요단강을 건너 천국에 가고, 절에 다니던 분은 반야용선(般若龍船)을 타고 고해(苦海)를 건너 극락세계로 간다고 합니다.

 통도사 극락전 뒷벽에 잘 그린 반야용선 벽화가 있습니다. 용머리와 꼬리를 갖춘 배에 일로왕보살과 지장보살이 여러 인간을 극락세계로 데려가는 모습입니다.

 반야용선이 그림으로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창녕 화왕산에 진짜 반야용선이 있습니다. 관룡사 마당을 거쳐 20분쯤 오르면 배처럼 생긴 큰 바위를 만나게 됩니다. 신라 사람들이 이 배 위에 부처님을 모셔서 진짜 반야용선을 만들었습니다. 망망대해와 같은 드넓은 산야를 내려다보는 부처의 용모와 자태가 뛰어납니다. 신체의 비례가 좋고, 법의도 제대로 조각되어 있습니다. 미소를 머금은 근엄한 표정에 정이 갑니다. 비바람 거센 바위 위에서 이처럼 훌륭한 불상을 조각한 석공은 누구일까요. 좌대의 조각도 흠잡을 데가 없습니다.

 

관룡사 용선대(左)와 통도사 극락전 반야용선 벽화

보물 제295호인 석조여래좌상은 높이가 2.98m로 꽤 큰 편입니다. 헬리콥터도 없던 신라시대에 수십 길 절벽 위에 무거운 부처와 좌대를 어떤 방법으로 모셨을까요. 조사해 보니 절벽 위의 돌로 부처와 좌대를 만든 것으로 판명되었답니다. 만든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좁은 바위 위에서 부처와 좌대를 어떻게 옮겼을까요? 천야만야한 벼랑 위 좁은 터에 굵은 기둥을 얽어 세워놓고 부처와 좌대를 들어 옮긴 신라의 드잡이(무거운 물건을 들어 옮기는 장인)에 머리가 숙여집니다. 펜화로 옮기며 석등의 하대석과 근래에 설치한 쇠 난간을 빼버렸습니다. 이 가을 용선대를 찾아 가시면 5만여 평에 달하는 화왕산성 억새꽃의 장관은 특별 보너스가 됩니다.  

김영택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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