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불행중 다행으로 면책 안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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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폭발직전의 항공기로부터 1백60명의 탑승자 전원이 탈출할 수있었던 것은 기적이었고,또한 감동의 드라마였다.객실승무원들의 투철한 직업의식과 냉정을 잃지 않고 승무원들의 지시를 잘 따라주었던 승객들의 질서의식이 기적과 감동의 드라마 를 엮어냈다.
탈출이 끝난 불과 5분뒤에 機體가 폭발한 것으로 보아 승무원과 승객이 냉정을 잃었더라면 큰 인명피해가 났을 것이다.사고가나자 승무원들은 재빨리 승객들을 진정시키는 일에 나섰고,침착하게 탈출구로 유도하며 끝까지 맨뒤에 남아 미처 내리지 못한 승객이 없는가를 확인했다.승객의 안전을 먼저 꾀한다는건 승무원으로서의 당연한 의무겠지만 막상 자신의 목숨이 달린 상황에서도 그것에 충실한다는건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일반적으로 직업의식이 투철하지 못한 우리 사회에서 이 번에 KAL機 객실승무원들이 보여준 직업정신은 앞날을 위한 좋은 본보기로 남을 것이다.
승객들이 보여준 질서의식도 귀감을 삼을만한 것이다.처음엔 당황했던 승객들도 이내 냉정을 찾아「질서」「질서」를 외치며 차례차례 탈출했다고 전해지고 있다.결과적으로 그런 침착이 10분안에 모두가 탈출을 끝낼 수 있게 해 자신들의 생명 을 구했다.
어느새 우리 시민의식도 한결 성숙했음을 느낄 수 있다.
이렇게 대형참사는 면했으나 항공사고에 대한 불안감은 더욱 짙어지게 됐다.도대체 근년들어 왜 이리 사고가 잦나.아시아나항공기의 대형참사는 불과 1년전이다.
현재까지 밝혀진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은 최초 착륙지점 선정 잘못이다.이는 분명 機長의 실수다.그러나 착륙에서 정지때까지 副機長이 당황해 수동정지장치를 잘못 조작했다는 기장의 주장이 맞다면 부기장의 실수가 사태를 악화시켰다.사람에게 실수는 있을수 있다 하지만,또 기상이 나빴다 하지만 그 정도의 기상에 실수하는건 조종능력에 문제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濟州공항에 익숙하지 않은 외국인 조종사를 투입한 때문은 아닌가.이 점들에대해서도 철저한 조사가 있어야 한 다.
또한 무리한 運航과 착륙이 그 간접적인 원인이 되었을 것이다.국내 항공사들이 영업수익만을 생각해 缺航이나 回航을 꺼린다는지적은 항공기사고 때마다 있어 왔다.사고원인 조사에서 이 점도분명히 가려 책임을 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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