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이 라마 만난 부시 중국 인권에 우려 표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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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16일 티베트 불교의 정신적 지도자인 달라이 라마와 만났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부인 로라 여사와 함께 약 30분간 백악관 관저에서 달라이 라마를 비공개로 만났다고 백악관 측이 밝혔다.

로이터 통신은 "회담이 가족적인 분위기에서 이뤄졌다"며 "부시 대통령은 티베트 문제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며 현 상황에 대해 질문했다"고 보도했다. 달라이 라마는 "부시 대통령과 매우 긴밀한 우호관계를 맺었다"고 말했다.

부시는 회담에 이어 17일엔 미 의회가 달라이 라마에게 골드메달을 수여하는 행사에 참석할 예정이다. 미 대통령이 달라이 라마를 위한 공개 행사에 참석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이는 티베트 문제 등 중국 내 인권 상황에 대한 미국의 불만과 국제사회의 우려를 알리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다만 백악관은 부시 대통령과 달라이 라마와의 면담장에 취재진의 접근을 허용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면담 사진도 공개하지 않는 등 중국을 필요 이상으로 자극하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였다.

데이너 페리노 백악관 대변인은 "(달라이 라마 면담 등에 대해) 중국이 아주 격한 감정임을 이해한다"며 "그렇기 때문에 부시 대통령이 거의 두 달 전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에게 회담계획을 알렸다"고 말했다. 페리노 대변인은 "대통령이 미 의회의 황금메달 수여식에 빠짐없이 참석하는 것은 미국의 특별한 전통"이라며 "우리는 달라이 라마를 종교지도자로 예우했을 뿐이며 중국의 분열은 원치 않는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번 달라이 라마의 미국 방문이 성사된 데는 로디 기아리 티베트 특사의 눈물 어린 노력이 있었다고 워싱턴 포스트가 소개했다. 기아리 특사는 정부가 없는 티베트에서 1990년 미국에 파견한 인물이다.

신문은 "소년승 출신인 기아리는 티베트에 눈길 한번 주지 않는 척박한 분위기 속에서 묵묵히 미 의회와 백악관, 국무부를 발이 닳도록 찾아다녔다"며 "그 결과 톰 랜토스 하원 외교위원장과 다이앤 페인스타인 상원의원 등을 움직이는 데 성공했다"고 보도했다. 미 의회가 그의 정성에 감동받아 달라이 라마에게 골드메달을 주기로 결심했다는 것이다.

박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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