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연많았던 손기정옹 청동투구-獨,안주려다 50년만에 내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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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孫옹이 이번에 국가에 기증한 고대 그리스의 청동투구는 고고학적 가치 외에도 孫옹 말대로 나라없는 겨레의 설움이 짙게 서려있다. 약2천6백년전 고대그리스에서 제작된 이 투구는 1875년8월 독일 고고학팀에 의해 그리스 올림푸스 제우스신전에서 발굴됐다.「원형」을 거의 그대로 유지,세계문화사적으로도 귀중한 유물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문제의 투구가 올림픽마라톤 상품으로 등장한 것은 1936년7월.바로 한해전 투구를 인수한 그리스의 브라디니신문사가 베를린올림픽 개막직전 마라톤우승자에 대한 선물용으로 내놓은 것.그러나 「나라잃은 청년 손기정」이 우승을 차지하면서 사정은 뒤틀리기 시작했다.올림픽조직위는 투구를 줄 생각도 않았고 일본 역시수수방관했을 뿐이었다.
孫옹은 40년대말 어느 일본인으로부터 우연히 건네받은 투구사진을 기초로 70년대 중반부터 본격적인 투구반환운동에 나섰다.
독일(당시 서독)은 『IOC 결정에 따라 투구는 개인에게 직접전달될 수 없다』는등 엉뚱한 핑계를 대며 거절했 다.
그러나 孫옹의 아들 正寅씨(52.일본거주)와 친구사이였던 일본문화방송의 고바야시 쇼이치 기자가 6개월여 취재끝에 81년6월 「孫基禎투구의 미스터리」를 파헤치고 브라디니신문사도 『청동투구는 브라디니사가 비공식 상품으로 내놓았기 때문 에 IOC규정에 구속받을 이유가 없다』고 확인함으로써 독일의 소유권주장은설득력을 잃게 됐다.
결국 독일은 86년8월 베를린올림픽 메인스타디움에서 벌어진 올림픽50주년 기념행사를 통해 孫옹에게 투구를 반환했다.이로써50년만에 주인품으로 돌아온 청동투구는 87년3월 낙랑유물을 제외한 외국유물로는 최초로 보물(904호)로 지 정됐다.
〈鄭泰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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