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상식>폐연료봉-방사능 오염원 핵폭탄 둔갑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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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제네바에서 열리고 있는 北-美 3단계 고위급회담에서 폐연료봉처리문제가 핵심과제로 떠오름에 따라 이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있다. 폐연료봉이란 원자로에서 태우고 난 핵연료봉을 뜻하는 말로 올바른 과학용어는 아니지만 최근 일부 외교당국자들이 빈번이이런 표현을 쓰면서 널리 통용되고 있다.핵연료봉이란 가공된 핵연료(펠릿)를 집어넣는 특수금속으로 만들어진 가느다란 관으로 핵분열로 생긴 방사능을 가두어 놓는 구실도 한다.핵연료봉은 원자로의 형태에 따라 생김새는 물론 연료봉속에 채워지는 핵물질에도 차이가 있다.
북한의 5㎿급 영변원자로에서 사용되는 핵연료봉은 천연우라늄을마그네슘합금(일명 마그녹스)으로 피복한 것으로 크기는 지름 3㎝,길이 60㎝ 가량이다.영변원자로에는 이런 낱개의 핵연료봉이노심에 뚫어진 8백1개의 구멍에 각각 10개씩 모두 8천10개가 장전돼 있다.
영변원자로에서 나온 이들 폐연료봉으로 인해 야기되는 문제점은크게 두가지로 압축된다.하나는 재처리를 통해 핵폭탄 제조의 원료인 플루토늄을 얻을 수 있다는 것으로 북한은 이같은 재처리를통해 수㎏의 플루토늄을 확보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또 다른 문제는 폐연료봉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을 경우 그 자체가 커다란방사능 오염원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이번 北-美회담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이 바로 이 문제다.
북한이 핵연료봉의 피복에 사용하고 있는 마그녹스는 부식이 매우 잘되는 물질로 水槽속에 넣어 저장하는 것은 거의 금기시돼 있다.마그녹스는 수조속에서 1년을 넘기기 힘든 것으로 알려져 있다.마그녹스 폐연료봉은 납등으로 만들어진 특수용 기(캐스크)에 담아 건식저장하는 것이 원칙이다.또 북한이 지난해 봄 원자로에서 꺼낸 폐연료봉은 일부 균열이 있는 것으로 지적돼 방사능누출의 위험이 매우 큰 상태다.
반면 우리나라의 원자로를 비롯,세계 원전의 대부분을 차지하고있는 경수로형 원자로에서는 농축우라늄을 지르코늄합금(일명 지르칼로이)으로 피복한 핵연료봉을 사용하고 있다.이는 수조에 저장해도 전혀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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