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책>유로파의 강간-나치시대의 예술품 약탈폭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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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영화『쉰들러 리스트』가 나치의 유대인 학살을 다시 부각시킨데이어 이번에는 나치의 유럽예술품 약탈상을 생생하게 폭로한 책이출간돼 화제가 되고 있다.
미국의 미술전문가 린 니컬러스가 쓴『유로파의 강간』(The Rape of Europa.앨프리드 크노프刊)이 주인공.이 책은 나치가 예술품을 몰수하거나 파괴한 죄상을 낱낱이 고발하는데그치지 않고 나치치하에서도 예술품을 빼앗기지 않 으려고 안간힘을 쏟은 문화애호가들의 눈물겨운 노력까지 놓치지 않고 있어 특히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유로파의 강간』은 먼저 히틀러의 문화정책부터 다뤘다.나치정권은 1936년 모든 분야의 예술비평을 금지시킴과 동시에 조금이라도 게르만적인 냄새만 풍기는 예술품이면 모조리 수집해 분류작업을 시작했다.이 과정에서 나치의 눈에 거슬리는 작품들은 거침없이 파괴되거나 다른 아이템과 교환되기도 했다.
나치가 예술품을 마구잡이로 몰수하는 과정에서 개인의 뇌물수수도 공공연하게 이뤄졌다.예술품 수집가로 유명한 로베르트 폰 히르쉬의 경우 나치의 문화선전상인 괴링에게 뇌물을 안겨주고 자기의 소장품을 스위스로 온전하게 옮겼다.히틀러 개인 수장품은 그가 평소에「독일의 부다페스트」로 가꾸고 싶다고 말했던 그의 고향 린츠로 모아졌다.
주변 국가의 문화재는 파괴가 원칙이었다.폴란드 침공시에는 회화.조각을 닥치는대로 파괴했고 러시아 문화재에 대해서는 그보다더 야만적인 작태를 보였다.러시아를 침공하면서 유적지나 기념물을 보이는 대로 파괴한데 이어 후퇴하면서 또다시 무자비하게 부수었다. 나치는 그러나 프랑스와 네덜란드에서만은 예술품에 대해비교적 관대했던 것으로 이 책은 기술하고 있다.
이밖에도 니콜라스는 이 저서에서 나치가 몰수한 예술품 수천 점을 다시 찾기 위해 미국인들이 벌인 노력을 높이 평가했다.전시체제인지라 연합군측에서도 예술품을 되찾는데 적극적으로 협조할수 없었는데다 나치측이 예술품을 숨긴 지하 비밀 장소에 부비트랩을 장치해 두었다.이로 인해 예술품을 찾는 작업은 실로 어려운 작업이었다.이 책에 따르면 2차대전 당시 사라졌던 예술품들이 지금도 뉴욕 맨해튼의 예술품 시장으로 흘러들고 있다고 한다. 〈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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