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독일의 사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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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모든 폴란드 전쟁 희생자들과 1944년 바르샤바 蜂起 희생자들 앞에 머리숙여 사죄한다.獨逸이 폴란드에 저지른 잘못에 대해 용서를 빈다』-.
로만 헤르초크 독일대통령은 지난 1일 바르샤바 시내 「봉기기념관」에서 열린 바르샤바봉기 50주년 기념식에 참석,이렇게 사죄했다. 바르샤바 봉기는 2차대전 말기인 44년8월1일부터 10월2일까지 63일동안 런던에 있던 폴란드 망명정부가 폴란드 국내 지하조직 「국가군」을 동원,당시 패색이 짙던 독일군에 대항해 일으킨 민중봉기였다.봉기의 목적은 동쪽에서 전진해오 는 赤軍에 앞서 바르샤바를 해방,정부를 수립한다는 것이었다.
타데우슈 코모로프스키 장군이 이끄는 폴란드 국가군 5만명은 8월1일 약세인 독일군을 공격해 3일만에 바르샤바市 대부분을 장악하는 데 성공했다.그러나 독일군은 곧바로 증원군을 파견,그후 60일동안 무자비한 공격을 가해 수많은 인명을 살상하고 도시를 폐허로 만들었다.독일군은 독가스와 重砲,그리고 폭격기를 사용해 市街를 초토화했고 항복한 시민 80만명을 강제수용소로 보냈다.대학살이 진행되는 동안 赤軍은 바르샤바 교외 프라가에서독일군의 작전이 끝날 때를 기다렸다 .소련은 독일군에 포위당한국가군을 공중 지원하기 위해 소련 공군기지를 사용하자는 연합군의 요청마저 거부했다.
이 봉기에서 바르샤바 시민 25만명과 국가군 병사 2만명이 사망했으며,독일군도 1만7천명이 사망했다.
바르샤바 봉기의 처참한 실패에 대한 기억은 지금도 폴란드인들의 머리속에 뿌리깊은 反獨.反러시아 감정으로 남아있다.생존자들중 일부는 독일대통령의 기념식 참가를『역사를 우롱하는 짓』이라고 분노하고 있다.그러나 이제는 모두 흘러간 과거 .
憎惡와 反目의 시대가 가고 容恕와 和解의 시대가 찾아온 것이다.독일은 그들이 과거에 저지른 잘못을 솔직히 시인,국가 최고지도자의 한사람이 폴란드 국민 앞에 사죄하면서 용서를 빈 것이다.지난 70년 빌리 브란트 西獨총리가 바르샤바 戰歿者 묘지 앞에서 독일 국민을 대표해 무릎 꿇고 사죄한 것은 유명한 일이다. 「痛惜의 念」따위의 말장난이나 하는 이웃 日本을 절로 떠올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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