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섬에가고싶다>제주 蘭島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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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제주섬 동북쪽에 떠있는 새끼섬,蘭島를 스치는 해풍이 이곳에 요즘 현란한 꽃의 제전이 펼쳐지고 있음을 알려준다.
사람이 살지않는 작은 무인도.그 섬의 주인인 7만여그루의 문주란이 쪽빛 하늘아래 펼치는 하얀 꽃의 향연은 문자 그대로 환상적이다.
북제주군 구좌읍 하도리 굴동포구에서 불과 50여m 앞에 소리없이 떠있는 이 꼬마섬(면적 약 9백60평)은 꽃과 풀,그리고가끔 고단한 날개를 쉬어가는 바다새들의 낙원이다.
제주를 둘러싸고 있는 60여 새끼 섬중의 하나로 늘 침묵하는난도가 해마다 이맘때면 어미섬 제주에 보내는 화려한 花信이 뭍을 오가는 나그네들을 유혹하기에 충분하다.
작은 모래밭과 10여m 높이의 현무암 동산으로 이루어진 난도로 가는 길은 어렵지 않아 좋다.검푸른 바다가 애써 제주와 갈라놓아도 불과 5분이면 손에 잡힐 듯 보이는 그 섬에 닿을 수있다. 바닷물이 빠진 제주 해안도로변에서 돌길을 따라가다 어른허리쯤 빠지는 물길 1백여m를 걸어서 건너는 재미도 또하나의 즐거움이다.
「문주란의 동산」난도는 우리나라에서는 유일한 문주란 자생지다.섬 전체가 천연기념물 19호로 지정돼 있기도 하다.열대성 해안에서 자라는 문주란의 종자가 해류를 타고 언제부터인가 이곳으로 흘러들어 강인한 생명력을 내보이면서 이 섬의 이름도 난도로변했다는 것.
고운 조가비가루로 이루어진 모래밭에 자리잡은 문주란이 제철을맞아 희고 가녀린 꽃망울을 흐드러지게 터뜨린 이 섬을 멀리서 바라보면 마치 토끼가 웅크리고 있는 모습을 닮았다 해서「토끼섬」이라는 이름도 갖게 됐다.
탱탱하고 싱싱한 파란 잎속으로 삐죽이 내민 꽃대 끝에 매달린20개의 꽃자루에서 톡톡 틔워내는 여섯개의 청초한 흰 꽃잎은 한반도 남쪽 멀리 떨어져 있는 이섬의 자랑이다.
『누가 여기서 숨어 살라 했나/누구를 위해 옷을 벗고/누구를위해 춤을 추려 하는가/누군가 볼까봐 수줍어 하면서도/보는 이없으면 그것도 서러워/눈물지을 것 같은 그 얼굴/어디서 떠내려와/어디로 가는 길인데/그대로 그렇게 백년을 살았는가』(詩 『난도 문주란』) 섬 입구부터 발디딜 틈없이 빼곡하게 들어찬 문주란 밑에 조심조심 덩굴을 뻗쳐 보라빛 꽃을 피운 해녀콩도 자세히 들여다 보면 그 오묘한 아리따움이 자연의 신비함을 느끼게한다.또 모래밭 군데군데서 바람에 산들거리는 앙증맞은 이름 모를 노란 꽃도 눈길을 끈다.
꽃을 찾아든 작은 풀벌레들의 가녀린 합창,섬 가장자리를 넘나들며 전복.성게.소라를 따는 해녀들의 물질이 끊이지 않아 아무도 살지않는 꼬마섬,난도는 외롭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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