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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선대위의 감춰진 코드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31호 07면

당은 당, 후보는 후보

권한·정보 MB로 집중…“실적 내야 살아남는다”

한나라당 후보인 이 후보의 선대위는 한나라당과 동일체가 아니다. 2002년 대선 때는 이회창 후보의 선대위원장을 서청원 당 대표가 맡았다. 서 대표는 최일선에서 선거를 지휘했다. 선대위원장 직속 총괄본부장은 김영일 사무총장이 맡았다. 당이 선거운동 기구나 마찬가지였다. 이번에도 강재섭 대표가 공동 선대위원장에 이름을 올리긴 했으
나, 여덟 명 중의 한 명이다. 강 대표가 선거운동을 총지휘하는 것도 아니다.

이 후보의 공약을 가다듬는 일은 당 정책위가 하지 않는다. 김형오 전 원내대표가 위원장을 맡은 일류국가비전위원회에 맡겨졌다. 당 정책위와 여의도연구소가 공약 개발을 책임졌던 5년 전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당 정책위의 배제는 최근 이한구 정책위의장이 747공약과 한반도 대운하 등 이 후보의 주요 공약을 비판했던 것도 한 이유가 됐다. 그 과정에서 비전 선포만 하고 해체될 예정이었던 일류국가비전위원회가 상설기구가 됐다. 당 정책위는 국정감사와 예산안 심의에 치중하는 것으로 정리됐다. 물론 선대위엔 한나라당 당직자들이 포함됐다. 그러나 그마저도 당과 경선캠프의 융합에 의해서가 아니라 선대위 수요에 따라 필요한 인력을 뽑아오는 형태였다. 한나라당 방식이 아니라 ‘이명박 시스템’으로 대선을 치르겠다는 생각이 분명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무한경쟁과 단순명료한 결재라인

“강재섭 대표와 안상수 원내대표밖에 모르겠던데.”

공동선대위원장 명단에 대한 한나라당의 대체적 반응은 이랬다. 배은희 리젠 바이오텍 대표나 김성이 이화여대 교수 등 영입된 공동선대위원장들이 낯이 익지 않다는 것이었다. 한 보좌관은 “감동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후보의 보좌진은 “이 후보를 모르고 하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그는 “이 후보는 국민에게 감동을 주는 것보다 자신이 정보와 권한을 완전히 장악하는 길을 택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 후보는 30대 중반에 정주영 회장의 동생과 아들들을 제치고 현대건설 사장으로 발탁됐다. 이 후보는 정 회장에게 충성을 다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고, 정 회장의 동생과 아들들 간에는 서로 더 나은 실적을 내기 위한 경쟁이 심화됐다”고 소개했다. 발탁된 인사는 인사대로, 기존의 실력자는 실력자대로 자신을 위해 몸을 던지게 하는 방법을 이 후보가 알고 있다는 설명이었다.

선대위의 의사결정 구조가 단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선대위는 이 후보를 중심에 둔 방사상 구조다. 이 후보를 중심에 두고 일류국가비전위, 경제살리기특위, 국민통합특위, 전략홍보조정회의 등이 수평적인 관계로 이 후보를 에워싸고 있다. 각각의 본부장과 위원장은 다른 사람을 거치지 않고 후보에게 바로 보고할 수 있다. 조해진 공보기획팀장은 “결재는 결국 이 후보가 한다. 모든 권한은 이 후보에게로 집중된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누군가에게 일을 맡겨놓고도 다른 사람에게 또 시키는 스타일이다. 그런 과정을 통해 능력을 평가하고 ‘선수’를 가려낸다. 그만큼 실적에 대한 평가가 분명하다. 이는 경선 캠프 인사들이 얼마나 선대위에 살아남았는지 보면 알 수 있다. 많은 이가 아직 자리를 받지 못했다. “자리를 차지한 이들이 40% 정도밖에 안 된다”는 얘기도 있다. 경선 과정에서의 성과에 대한 냉정한 평가가 있었던 것이다.

선대위는 당초 구상과 달리 ‘감투’가 많아졌다. 자리다툼 탓이다. 업무가 중복돼 보이는 조직도 꽤 있다. 한 보좌진은 “경쟁이 격화되고 트집잡는 사람들이 많아지게 됐다”고 말했다. 정작 이 후보는 사석에서 자리를 불평하는 의원에게 “선거 뒤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선거 뒤 논공행상은 현재의 자리가 아니라 실적에 달려 있다는 의미다.

전략홍보조정회의는

‘이명박 주식회사’의 구조본

선거 전략은 전략홍보조정회의에서 수립된다. 김희정 의원은 이 회의를 “(대기업 그룹의) 구조조정본부와 같은 조직으로 이해한다”고 말했다. 이 회의에서 수립된 전략은 후보에게 직보된다. 선거 전략의 결재라인은 ‘전략홍보조정회의→이 후보’인 셈이다. 실무팀장까지 쳐도 3단계에 불과하다. 회의는 선대본부장인 이방호 사무총장이 주재한다. 이 후보의 복심(腹心)으로 평가되는 정두언(전략기획단 총괄팀장) 의원이 참여한다. 그 외에 김학송 전략기획단장, 정병국 미디어홍보단장, 임태희 후보비서실장, 정종복 종합상황실장, 김원용(이화여대)·김도종(명지대)·정옥임(선문대) 교수가 회의 멤버다.

이 후보 캠프의 최고위 기구로 평가받는 ‘6인회의’는 선대위 밖에 있는 비공식 기구다. 이 후보의 친형인 이상득 국회부의장, 최시중 전 갤럽 회장, 이재오 최고위원, 박희태· 김덕룡 의원과 이 후보로 구성돼 있다. 일주일에 두 번 회의를 한다. 정두언 의원은 “6인회의는 얽힌 실타래를 풀어주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최고위원은 6인회의의 멤버인 동시에 선대위의 전략홍보담당 부위원장이다. 선거 전략에 입김을 불어넣을 수 있는 위치다.

선대위 발표에서 궁금증 하나는 윤여준 전 의원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한나라당의 책사였던 그는 그동안 이 후보에게 비중 있는 정치적 조언을 해왔다는 점에서 선대위의 전략 파트를 맡을 것이란 예상도 있었다. 윤 전 의원은 공식 직함은 갖지 않고 비공식적으로 선거운동의 방향을 잡는 데 참여한다. ‘외곽 책사’ 역할이다. 그는 일주일에 두 번 정두언· 박형준 의원, 김원용 교수 등과 회의를 한다.

별도로 꾸린 연설문 팀

대선에서 대중들이 후보를 직접 만나는 경우는 한정돼 있다. 대중들은 미디어에 나타나는 후보의 ‘말’과 ‘글’을 통해 그의 정책과 비전을 만난다. 이 후보도 연설문의 이런 중요성을 잘 안다. 그는 최근까지 연설 원고에 대해 자신의 구상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짜증을 많이 냈다. 고심 끝에 이 후보는 선대위 조직과 별도로 연설문 팀을 꾸렸다. 연설문 팀은 유우익 국제정책연구원(GSI) 원장이 이끈다. 전여옥 의원, 함영준 전 조선일보 사회부장, 조중빈·배규한 국민대 교수, 조인근(박근혜 전 대표 경선캠프 메시지팀장)씨, 고성학씨, 권신일씨 등으로 구성됐고 신재민 후보메시지팀장이 간사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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