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수용소 群島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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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1974년2월 蘇聯의 大作家 알렉산드르 솔제니친이 고국으로부터 강제 추방돼 비행기로 西獨프랑크푸르트 공항에 착륙했을 때 그의 첫마디는『蘇聯은 이미 그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감옥이다』는 것이었다.그보다 몇달전인 73년말 그의 대표 작 가운데 하나인 『收容所 群島 1918~1956』이 파리 YMCA 프레스에 의해 출판됨으로써 蘇聯정부에축출의 빌미를 제공했던 점을 감안한다면 그의 이 말은 매우 의미심장하다.그 작품이 當代 소련의 수용소 실태를 고발한 작품은아 니라 해도 후에 그 자신이 지적한 바,그 무렵 단 4년동안소련 내부에서 저질러진 죄악에 의해 희생된 蘇聯人은 무려 6천만명에 달하며 그 희생의 주된 현장이 집단수용소였기 때문이다.
『收容所 群島』의 原題인『아르키펠 굴라그』에서의「굴라그」란「수용소의 최고 감독자」를 뜻하는 러시아語의 첫글자 모음이다.그래서 소설『收容所 群島』에는 受刑者들의 生殺與奪權을 쥐고 있는수용소 최고 감독자들의 악랄한 행위가 속속들이 파 헤쳐지는 것이다.수용소에서 고통을 겪는 사람들은 모두가 아무런 죄도 지은일이 없다는게 솔제니친의 강한 신념이었다.그 자신도 마찬가지다. 54년 大尉로 복무중이었을 때 친구에게 보낸 편지 가운데서『혁명이 조국에 대한 불가결의 壯擧로 평가됐음에도 불구하고 개인의 자유에 대해서는 그렇지 못하다』고 쓴 것이 KGB에 발각됨으로써 8년이라는 긴 세월을 수용소에서 보내지 않으면 안되었던 것이다.
80년대말 東歐圈 이데올로기가 붕괴되기까지 共産圈 수용소들의실태는 대개 비슷했다.어디에 얼마나 있는지 아무도 모르고,그 숫자가 얼마나 되는지 아무도 모르며,그들은 모두 죄가 없다는 점등이다.北韓의 이른바 矯導행정이 치밀하고 조 직적으로 돼 있다는 사실은 세계적으로 정평이 나 있다.5~6년전 인권단체인 아시아監視위원회와 미네소타 변호사 인권위원회가 공동 조사한 바에 따르면 북한의 교도소는 7種으로 細分돼 있다.그중 솔제니친의「수용소」에 해당하는 것이 「특별 獨裁대상구역」인데 수용자들의 성분에 따른 구분일 뿐 대개가 비슷하게 운영된다고 한다.지금은「특별독재대상구역」도 20개로 늘어나고 수용자도 20만명에육박하고 있다니 이쯤되면「나라 전체가 감옥」이라는 솔제니친의 말은 바로 북한에 해당 하는 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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