公營도박 레저의 한부분 합법적으로 즐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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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짜릿한 베팅으로 무더위를 극복한다.기상천외한 레포츠를 동원하는등 사람에 따라 여름을 나는 방법도 다양하지만 이웃 일본의 경우 요즘 가장 대중적인 더위탈출 수단은 도박이다.
競馬.競輪.競艇.모터사이클 경주와 복권및 빠찡꼬등 정부로부터합법적으로 허용된 이른바「公營도박」에 몰두하는 일본의 갬블링 열기는 최근 일본열도를 강타중인 찜통더위 정도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다.
개인적인 도박이 불법으로 간주되긴 일본 역시 마찬가지지만 합법적인「公營」에 관한 한 일본의 도박열기는 세계최고를 자랑한다. 일본인들은 지난 한햇동안 경마등 6대 공영도박에만 무려 26조7천9백억엔(한화 약 2백14조4천2백억원)을 쏟아부었다.
지난해 일본 국민총생산액의 5.7%에 달하는 이같은 천문학적거액으로 인해 일부에서는 경계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이에 대한 반향은 아직 미미한 편이다.
대부분의 일본사람들은 오히려 한둘,또는 두세가지씩의「허가받은」도박을 즐기며 베팅을 생활화하고 있다.도박이야말로「최상의 레저」,「최상의 산업」인 동시에 직장과 친구간의 대화수단으로까지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일본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도박품목은 역시 빠찡꼬다.도심마다 널린 수많은 빠찡꼬업소들은 지난해 6대 공영도박산업 총매출액의65%를 벌어들였다.하지만 최근엔 젊은층과 여성들 사이에서 경마열기가 새롭게 달아오르는 추세여서「빠찡꼬 왕국 」의 명성(?)을 위협하고 있다.
일본은 이미 10여년 전부터 세계 제1의 경마대국으로 부상,고유도박 종목(빠찡꼬)뿐 아니라 국제종목에서도 압도적인 강세를나타내고 있다.
국제경마교류협회 조사에 따르면 지난92년 일본 전국의 마권발매총액은 4조6천억엔(한화 약 33조6천억원)으로 같은 시기 매출액 2위인 미국을 규모면에서 2.3배,경마의 종주국이라는 영국.프랑스 등을 4배나 앞지르고 있다.한국의 마 권발매총액은지난해 약 7천9백억원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세계최대의「갬블링 왕국」을 구가중인 일본 공영도박산업의 특징은 어느 경우에나▲정부나 지방자치기구와 직.간접적으로 연계된 제도적.행정적 기반을 가지며▲다양한 상품개발과 서비스의극대화로 수요를 창출한다는 점으로 요약된다.
일본 소형자동차진흥회가 관장하는 모터사이클레이스 도박은 최근신세대 여성을 겨냥한 싼값의 초보자교실을 개설했다.
TV광고로 참가자들을 모집한 다음 이들에 대한「특별대접」으로지난 91년 이후 하락세를 보이는 모터사이클경주의 인기를 만회하겠다는 이 전략상품엔 귀빈실 관람과 전문가 강의,보통사람은 들어갈 수 없는 코스내 출입 및 유명레이서와의 간담회 등이 포함됐다. 일본 中央경마 역시 여성경마교실 개최,미혼여성 무료입장제 등의 서비스를 실시,84년 6.7%에 그치던 여성입장객을10년새 2배(93년 11.8%)로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여름엔 물보라 휘날리는 競艇(모터보트 경주)場에서「피서도박」을,겨울엔 가까운 장외 마권발매소에서 경마를 즐기는 식으로 베팅메뉴가 다양할 뿐더러 같은 복권이라 하더라도「로트뽑기」.「스피드뽑기」등으로 재미를 달리하는등 선택폭이 큰 것 도 수요확산의 요인이다.최근엔「넘버즈」란 새 복권이 생겨났으며 문부성은 일본프로축구인 J리그의 인기를 이용한 축구복권 실시법안을 차기국회에 상정할 예정이다.
하지만 아무리「公營」이고 레저성이 짙다 할지라도 도박으로 인한 부작용은 만만찮다.최근 「도박왕국」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는가운데 저명한 도박증 치료전문의인 사이토 사토루박사(토쿄정신의학종합연구소)는『일본 전체가 도박으로 인한 가정 파탄과 인격장해등 도박증후군에 시달리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지구촌 최대의산업형 도박을 정착시킨 일본식 레저문화가 도박으로 인한「사회적무더위」를 어떻게 식힐지 관심거리다.
〈林容進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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