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뉴욕·런던에 '금융 허브' 도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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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홍콩이 국제금융도시의 대명사인 뉴욕과 런던에 도전장을 던졌다. 앞으로 10년 안에 뉴욕.런던 수준의 인프라와 시스템을 갖춰 세계 3대 금융 중심지가 되겠다는 야망이다. 이를 위해 지속적인 경기 활성화에 모든 행정력을 쏟고 도시 경쟁력 강화에 장애가 되는 법률과 제도를 정비하기로 했다.

도널드 창(曾蔭權) 행정장관은 이 같은 시정계획을 발표하며 시민들에게 '새로운 도약을 위한 정신무장'까지 주문하고 나섰다. 홍콩이라는 조그만 도시에서 벗어나 세계를 보라는 것이다. 홍콩 언론은 그가 말이 아닌 실천의 리더십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인프라 건설로 경기 활성화=창 장관은 10일 시정보고에서 향후 10년 동안 2721억 홍콩달러(약 32조2500억원)를 경제와 문화.환경.교육.복지 등 각 방면에 투자해 세계 초일류 국제도시로 거듭나겠다고 밝혔다.

재원의 91%인 2500억 홍콩달러는 국제 금융도시로서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10개의 대형 사회간접자본(SOC) 건설에 투자된다.

이번 건설사업은 홍콩과 중국 광둥(廣東)성 경제 통합에 초점을 맞췄다. 우선 홍콩에서 광둥(廣東)성 성도인 광저우(廣州)까지 최고 시속 300㎞의 고속철이 2009년 착공된다. 현재 2시간이 넘게 걸리는 홍콩~광저우가 40분~1시간으로 가까워진다.

지난달 홍콩 정부의 싱크탱크인 바우히니아 재단이 제기한 홍콩과 선전(深?) 국제공항 통합계획도 구체화하고 있다. 두 공항을 내년 말까지 철로로 연결해 사실상 하나의 공항으로 묶겠다는 것이다.

홍콩섬 남부지역 지하철 건설과 주룽(九龍)반도 북동지역과 홍콩 섬을 잇는 철로 건설도 추진된다. 선전대학 산업경제연구소 웨이다즈(魏達志) 주임은 "창 장관은 지금 홍콩과 중국경제의 관련성을 강화하고 인프라를 개선해 뉴욕과 런던에 버금가는 세계 3대 금융 문화 국제도시를 만들기 위한 계획을 실천에 옮기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슬람 자금 유치가 금융허브 핵심=홍콩 금융감독청(HKMA)과 자본시장연합회(TMA)는 최근 공동으로 이슬람 자금유치를 위한 실무 연구팀을 가동했다. 자본 유치에 걸림돌이 되는 법률정비작업과 세금제도 및 기타 규제를 개선해 내년에는 이슬람 자본이 대거 유입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창 장관은 "홍콩이 세계 금융허브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슬람 자본을 유치해야 하며 그 자체가 거대한 (홍콩의) 성장 잠재력"이라고 말했다. 헨리 탕(唐英年) 정무사장은 이와 관련, "전 세계 이슬람 자본규모는 1조 달러에 이르고, 매년 15% 성장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다국적기업의 홍콩 진출을 돕기 위해 공정거래법도 대폭 손질된다. 외국기업이 자유롭게 홍콩에서 기업활동을 하도록 돕기 위해서다. 한편 홍콩의 명보(明報)와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는 "창 장관의 청사진은 방대하지만 세계 일류 도시를 따라잡는다는 방향 설정은 옳은 것"이라며 "그는 이를 추진하면서 말이 아닌 실천의 리더십을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홍콩=최형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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