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대희 性칼럼] 간통은 본능적 욕구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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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살이가 하도 어렵다 보니 인간 마음 한구석에 유년 시절 어머니의 안전한 보호를 받던 성장환경에 대한 그리움이 깃드는 경우가 생긴다.

이코노미스트 어머니 품에 안겨 젖을 빨던 시절의 절대적 안전을 성인이 된 후에도 그리게 되는 것도 그런 메커니즘에 의한 것이다. 어머니 가슴을 파고들던 이런 유아 시절보다 좀 더 안전하고 편안한 것은 모태 시절의 생활이다.

이 시기에는 영양분이 탯줄 속 혈관을 통해 조달되고 폐기물도 그 파이프라인을 통해 돌려보낸다. 이처럼 어떤 욕구도, 삶을 위한 노력도 필요치 않은 절대적 전능상태를 온유향(溫柔鄕)이라고 부른다.

어머니 보호 아래 천국과 같은 시절을 보내고 나면, 출생이란 과정을 통해 비로소 배가 고프다는 사실과 더불어 고열, 한기, 통증, 가려움증 등의 고통스러운 감각을 체험하며 인생의 고달픔을 배워 나간다. 아기가 어머니의 보호 아래 있는 한, 그런 불편은 울기만 하면 즉시 해결되므로 인간으로서 한량없이 편안한 시기가 이 유아기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전체 인생을 통해 인간의 본능적 형태로서 ‘옛날로 돌아가고 싶다’는 충동은 누구에게나 생길 수 있다. 심지어 섹스까지도 태내생활로 연장 해석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을 퇴행의 본능이라고 부른다. 성애의 극치가 어머니 품에 안겨 편안했던 바로 그 상태라는 설명인데, 이것이 인간의 퇴행본능을 충족시키는 행동이라는 것이다.

인간뿐만 아니라 동물까지도 먹이를 먹는다든가, 교미할 때 다른 자의 시야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상태에서 목적을 달성하려는 경향이 있다. 자기가 구한 먹이를 으슥한 곳에 숨어서 먹거나 경쟁자가 없는 곳을 찾아 교미하는 것은 ‘동물의 왕국’이란 프로에서 자주 보아 아는 사실일 것이다.

이런 경향은 힘이 약한 동물 세계에만 있는 것이 아니고, 지능 정도가 낮은 미개인의 경우에서도 얼마든지 목격되는 습성으로, 심지어 형제자매라 할지라도 함께 식사하는 법이 없다고 한다.

하물며 완전한 프라이버시가 보장되어야 하는 섹스에 있어 독점적 공간 확보의 필요성은 굳이 언급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그러니까 오늘날의 신혼여행은 ‘독점적 공간 확보’의 연장선상에 있는 관습이라고 말할 수 있다는 것이 후루사 박사의 주장이다.

아무도 간섭하지 않는, 철저하게 격리된 상태에 대한 집착은 절대적 전능상태로 퇴행하려는 본능이라고 설명한다. 그리고 강한 감각, 격렬한 감정을 타인 앞에 노출시키고 싶지 않은 안전추구 심리의 표출이 이것을 강요하고 있다는 학설도 있다.

그런 강한 감각, 격렬한 감정, 깊은 욕구에 대한 사회적 간섭이 너무나 철저해서 대부분 금지된 사항들이다. 아직 법률체계를 정비하지 않은 미개부족들도 신성한 외포(畏怖:몹시 두려워 함)로서 대부분의 욕구 행위를 금기 항목에 잡아놓고 있는데, 우리는 이것을 터부라고 부른다.

그런데 인간 심리란 남의 간섭을 받으면 받은 만큼 저항하고 싶은 반항의 생리를 가지고 있으므로 그 터부를 깨뜨려 버리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그 욕심이 끝까지 지켜낸 것이 바로 성욕이다.

과거 성을 ‘신비의 문’이라고 불렀던 때가 있었다. 세계 각국의 부족들을 조사해 보면 성기나 성행위를 매우 유현(幽玄:헤아리기 어려울 만큼 깊고 오묘함)하고 두려운 신성물에 견준 사례가 예상 외로 많았다.

스윈번은 그의 『프로시』란 소설의 서두에, ‘그녀의 사당(여성기)에 참배한 자로부터’라고 써 놓았다. 그럼으로써 터부시했던 것을 좀 더 우러러 받드는 것과 동시에 그것을 타파하려는 욕망으로 두려움을 약화시키려는 의도를 읽을 수 있다.

인간에게는 원래부터 이런 강한 파계(破戒)의 욕망이 있어 금제(禁制)가 심할수록 그것을 타파했을 때 느끼는 성취감의 사이즈가 비례해 커지게 마련이다.

오늘날 간통이나 불륜을 주제로 한 러브스토리가 다수를 차지하는 이유도, 바로 그런 신의 금제를 깨뜨리고 거기서 성취감을 맛보려는 인간의 본능적 욕구를 겨냥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곽대희 비뇨기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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