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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계 현대사 영상찾기 바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8면

『창고에 묵혀있는 곰팡이 핀 필름을 찾아라』 방송계에 해방직후의 격동하는 한국현대사 영상을 찾기 위한 바람이 불고 있다.
KBS와 MBC는 최근 국내와 해외에서 각종 희귀한 필름을 찾아내 방영하는 등 역사의 뒤안에 묻혀있던 보물찾기(?)경쟁에 나서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정통성을 지닌 문민정부 등장과 함께 최근 金日成사망과 6.25남침을 입증한 러시아외교문서공개등 일련의 상황들로 점차 높아져 가는「우리의 과거」에 대한 관심을 반영하는 것이다. KBS는 지난달 서울 노량진에 사는 허태룡씨(69.노량진강남교회장로)로부터 귀가 번쩍 뜨이는 한통의 전화를 받았다.『해방직후 극장에서 상영된 해묵은 뉴스필름을 갖고 있다』는 내용에 KBS자료실은 허씨의 집으로 긴급출동,그곳에서 뜻 밖에대한뉴스의 최초뿌리인 「전진조선보」와 「전진대한보」38편을 포함,1백51편에 이르는 소중한 릴을 찾아냈다.
특히 「전진조선보」는 국내에선 그 존재자체를 모르고 있던 희귀필름으로 47년 11월 UN임시한국위원회단장인 인도대표 메논박사의 제1성이 KBS를 통해 전국으로 방송되는 장면과 조선국방경비대 창립2주년 기념 사열식등의 희귀장면이 수 록되어 있었다. 이밖에 48년8월의 정부수립선포식,무초특사방한,조병옥.이범석.신익희등 국제연합한국대표 귀국환영식,백범 김구선생장례식,이승만.장개석진해회담등 처음 공개되는 희귀자료들이 허옹의 자료에 포함되어 있었다.
허옹은 대한성서공회에 근무하던 지난 50년말 馬山에서 대한교육위원회직원으로부터 이 필름을 구입.보관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KBS측은 47년 묵은 필름의 화질이 좋지 않아 사염화탄소로 필름을 세척하고 오디오를 복원해 내달 1일 「뉴스초점」과 광복절 특집등으로 이를 방영할 예정이다.
KBS는 이 필름을 전편구입한다는 조건으로 허옹에게 3천6백만원을 지불한 것으로 알려졌다.KBS자료실의 김묵실장은 『영상자료의 보관에는 온.습도조절이 필수적이며 史料로서의 가치가 있는 이같은 자료는 구입.기증등 모든 수단을 통해서 라도 영구히보존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KBS측은 이와함께 한국현대사영상이 절대 부족하다는 판단아래특파원들을 통해 당시 무비카메라를 갖고있던 계층인 해외선교사명단을 작성,추적하는 한편 해외교포들에 안테나를 총동원,희귀자료수집에 나선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이미 夢陽 呂運亨선생의 피격현장과 장례식.영결식등 희귀필름을미국 교포4세 安형주씨로부터 6천달러에 구입,일부를 소개한 MBC측도 향후 러시아의 각종 기록보존소등을 집중 탐사,한국현대사영상을 찾는다는 계획.
MBC의 김영한 자료부차장은 『그간의 현대사영상이 美국립문서기록보존소(NARA)에 전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었던 한계가 있었다』며 『스탈린에 의한 한국인유배장면등 러시아에 보관되어 있을 희귀자료수집에도 나서 한국현대사영상의 반쪽찾 기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MBC는 특히 이번 夢陽선생 필름발굴이 安씨의 외할아버지 김호씨의 독립활동을 그간 소개하는등 오랜 연분에서 나온 결과라는판단아래 미국은 물론 러시아.중국등 해외교포에 대한 정보와 탐문에도 전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崔 勳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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