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할말은하자>2.독단.편견으로 여론.정책 誤導일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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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할말은 하고 사는」사회가 되기 위한 전제조건은 언론의 활성화다.「민주주의는 여론정치」라거나「신문없는 정부보다 정부없는 신문」이라는 고전적 정의가 아니더라도 올곧은 말들이 제대로 소통되고 모두에게 전달되는 통로인 언론의 사명은 막 중한 것이다. 그러나 과연 우리 언론은 주어진 사명에 얼마나 충실했는가.
혹시라도 스스로의 무지와 편견,독선과 단견으로 올곧은 말들을 가로막고 건전한 여론형성의 장애물이 되지는 않았는가.
「이제 할말은 하자」는 본사의 캠페인보도가 처음 나간 25일,편집국에는 「비로소 용기를 얻은」시민들의 전화가 많았다.
그중에는 이런 의견도 있었다.
『기왕에 할말을 하기로 했다면 솔직히 말해보자.지식인들이 할말을 안했다고 야단치는 언론은 과연 그동안 할말을 제대로 했나.또 언론이 무서워 할말을 제대로 못하는 일이 얼마나 많은지 아는가.』 독자의 지적은 부끄럽지만 옳다.
실제 우리 언론은 독단과 편견으로 여론과 정책을 오도하거나 대세에 따라 여론의 눈치를 보며,兩是兩非의 곡예를 하면서도 자신의 무지나 용기 부족에 대한 반성에 앞서 사회 다른 부문만을비판하는 경우가 그동안 많았다.이는 中央日報를 포함해 국내 모든 신문.방송에 해당되는 지적이다.그 구체적 사례를 들자면 끝이 없을 것이다.
비근한 예로 새정부 출범이후 단행된 공직자 재산공개 과정에서도 그같은 역기능은 두드러졌다.사상 최초의 재산공개가 국민들에게 청량한 신선감을 준게 사실이지만 마치 富 자체가 죄인듯한,자본주의사회의 근간을 뒤흔드는 이상한 분위기를 조 성했고 그 과정에서 엉뚱한 피해자를 적잖이 만들어낸 결과를 빚었다.
투기나 부정의 증거가 없어도,상속토지의 땅값폭등으로 부자가 됐다는 사실이 명백해도,언론은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샅샅이 파헤쳐 가며 여론의 마녀사냥을 부추기거나 동참했다.
당시 옷을 벗은 한 공직자는『당시 분위기에서 아무 말도 할수없었다.「아직도 잘못을 깨닫지 못했다」고 언론에 두들겨 맞을게뻔했기 때문이다.이제 다시는 옥석을 가리지 않는 인민재판이 되풀이돼선 안되며 그러자면 언론이 좀더 ■숙하고 지혜로워져야 한다』고 말했다.
91년4월 朴銖吉제네바 대사는『자유무역의 이익을 보고 있는 한국이 쌀시장 개방을 무조건 거부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발언을 했다.
국내 언론은 들끓었고 朴대사는 언론의「융단폭격」에 결국『진의가 와전됐다』며 굴복했지만 불과 2년이 지나지 않아 그의 말은현실이 됐다.
〈金鍾赫기자〉 국제사회의 정치.경제 흐름과 분위기는 무엇인지,진정한 국익을 보장하는 길은 무엇이며 합리적이고 이성적 판단은 어떤 것인지를 고민하고 반추하는 작업없이 관행과 타성,여론의 흐름에 따라 마구잡이식 몰아치기를 일삼아 온 또다른 예다.
더 큰 문제는 이같은 언론의 횡포가 곧바로 사회의 많은 지도층 인사들에게「언론눈치보기」의 고삐를 둘러씌우고 있다는 점이다.국회에서는 번번이 얼토당토 않은,언론 눈치보기식 질문이 홍수를 이룬다.양특적자액이나 국가경제 전체는 아랑곳 않고 무조건 천문학적 숫자의 추곡가 인상률을 요구하고 대기업의 신규사업 참여는 국제경쟁력과는 상관없이 비판된다.이유는 간단하다.언론의 눈치를 봐야 하기 때문이다.『한국언론은 한마디로 떼거리 언론이다.공정한 여론의 흐름을 반영하기 보 다는 그것이 우익이든 좌익이든 특정의 이해집단을 위해,보다 정확히는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여론을 휘몰아가는 팩 저널리즘(pack journalism)이다.그것은 장기적으로는 자신들이 옹호하려는 집단과 언론사자신의 이익 모두를 보장 하지 못하게 되며 결론적으로는 국가적손실일 뿐이다.』 한국주재 한 외국특파원의 분석이다.
올곧은 말이 통용되는 사회,할말은 하는 분위기가 되기 위해서가장 먼저 거듭나야 할 것은 어쩌면 바로 우리 언론일 것이다.
이와 관련,延世大 金泳錫교수(40)는『우리 언론은 과거 경제개발.민주화과정에서 많은 공헌을 한 것이 사실이다.그러나 이제세상은 달라지고 있고 그 변화에 적응해 살아남자면 과거의 관행과 타성으로부터 과감히 탈피해야 한다.일관된 원 칙과 기준에 따라 시시비비를 가리는 자세,주변의 비판을 겸허히 수용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中央日報는 이제 이런 사회의 요구에 앞장서 부응해 나가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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