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진혁칼럼>신한국은 어디갔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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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생각해보면 지난 약 두달간 우리는 격렬한「강조기간」을 지나온것 같다.北核을 둘러싼 전쟁위기감,金日成과의 극적인 頂上회담 합의,金日成의 돌연한 사망등 北韓과 관련된 큰 사건에 빠져 다른 일은 거들떠볼 겨를도 없이 두달을 보냈다.정 부고,국민이고할것 없이 다른 일은 없는듯이 北韓과 金父子 문제에만 빠져있었다. 그러다 보니 정부가 금년초 가장 力點을 두겠다고 공약한 국가경쟁력 강화는 어떻게 됐는지,이른바「新韓國」은 어디로 갔는지 찾아볼 수도 없게 되었다.
金日成 장례까지 끝났는데 아직도 정상회담의 餘震이 우리 내부에 남아있고,그에 대한 미련.서운함의 정서가 감돌고 있다.특히그런 정서가 정부쪽에 더 강하게 남아있는 것 같다.그렇게 봐서그런지 金日成 사망 이후 정부는 어쩐지 맥이 빠진 것 같다.분단 半世紀만에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을 할 것이라고 잔뜩 용을 쓰고 있다가 金日成이 덜컥 죽으니까 목표를 상실하고 일종의 허탈상태에 빠진게 아닌가 보인다.
취임후 정력적으로 國政을 이끌던 金泳三대통령도 金日成 사망 이후에는 눈에 띄게 말수가 적어지고 기자들과 만나도 제한된 언급만 해「이례적 침묵」이란 말이 나왔다.
그러나 따져보면 정상회담이 중요하고 큰 일이긴 하지만 그것 말고도 우리가 안하면 안될,꼭 해야 할 일은 얼마든지 있다.연초에 낙동강 물파동이 났을 때 정부는『물문제만은…』하고 맹세했는데 오늘날 그 물문제는 어떻게 됐는가.「교육대통 령」이 되겠다고까지 했던 교육개혁은 지금 어느 단계에 와 있는가.극심한 停滯로 하루 1백33억원을 날린다는 교통문제는 어떻게 됐는가.
남북대화만 해도 평소 꾸준히 준비하고,연구하고,기회를 만들어가야 하는 것이지 강조주간의 행사처럼 해서는 안될 일이다.이번에도 우리한테는 北에 대한 연구나 자료는 크게 부족하고,정보능력은 한심한 수준에 있음이 여지없이 드러났다.여북 하면 북한 정세는 易術人이 더 잘 알고 主思派 실태는 대학총장이 더 잘 파악한다는 우스개가 나올까.
金日成이 죽은 후 정부는 다시 金正日과의 정상회담에 기대감을보이고 있다.金대통령 자신 무라야마(村山)日本총리와의 회담에서北이 정상회담에 호응해오기를 기대한다고 공식 표명했다.
우리쪽은 이처럼 金日成이 아니면 金正日이라도 만나겠다는 한결같은 정상회담 待望論인데 반해 北쪽의 眞意는 확실한게 없다.朴普熙씨가 訪北후 金正日이 계속 정상회담을 추진할 뜻을 밝혔다고했지만 그것이 北의 공식의사라고는 보기 어렵다.
또 金正日이 곧 北의 「頂上」이 되긴 하겠지만 언제 공식화할지도 불분명하고,그가 정상회담에 응한다 하더라도 회담시기.장소.議題등의 조건은 재협상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다시 말하면 정상회담에 관해 北측은 眞意도 확실치 않고,시기도 지금은 예상할 수 없으며,회담 조건의 합의 여부도 速斷할 수 없는데 우리측은 가급적 빨리 회담을 하고 싶고 빠른 호응을기대한다는 변함없는 입장이다.
이런 頂上회담의 현주소를 생각할 때 우리로서는 언제 올지 모를 北의 신호만 목을 빼고 기다릴 수만은 없는 일이다.頂上회담을 할 때 하더라도 늘 연연해하는 자세를 보이는 것은 협상전술로도 현명한 일이 못된다.그리고 무엇보다 정상회담 을 기다리느라 다른 일을 소홀히 할 수는 없는 것이다.
***國政목표 추진하자 이렇게 볼 때 우리가 할 일은 自明하다.남북대화든 국가 경쟁력이든 강조주간의 행사처럼 해서는 안되고 평상시 國政의 중요과제로 항상 준비와 추진을 열심히 해나가야 하는 것이다.정상회담이 역사적이고 가장 중요하다 하여 專心專力을 거기 에만 쏟다가 그것이 안되면 맥이 빠져 버린다든가,국가 경쟁력을 강조할 때면 남북대화 준비가 뒷전이 된다든가 해서는 안될 일이다.
이제 「정상회담 강조기간」은 이만 끝내자.언제 해도 썩 잘 할 수 있게 주도면밀한 준비는 하되 지금부터는 다른 할 일도 열심히 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는 다시 國政목표를 재확인하고 국가 경쟁력 강화와「新韓國」건설에 나서야 할 것이다.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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