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N암로 92조원에 팔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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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네덜란드계 ABN암로 은행이 스코틀랜드 왕립은행(RBS) 컨소시엄으로 넘어가게 됐다. RBS와 인수 경쟁에 나섰던 영국 바클레이스 은행이 지난주 말 인수 포기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인수 가격은 1010억 달러(약 92조원)로 사상 최대 규모다. 세계 7위(지난해 말 기본자본 기준)인 RBS가 주도하는 컨소시엄이 세계 15위인 ABN암로를 인수하게 됨으로써 세계 금융시장에 지각 변동이 예상된다. 프레드 굿윈 RBS 최고경영자(CEO)는 “ABN암로의 투자은행 부문 매입은 RBS에 엄청난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컨소시엄에는 스페인의 산탄데르 은행과 벨기에·네덜란드계 포티스 은행도 참여했다. ABN암로는 인수가 종료된 뒤 3개 부문으로 쪼개져 컨소시엄 참여 은행에 흡수·합병될 예정이다. RBS가 ABN암로 은행의 미국 자회사 라살 은행과 투자은행 부문, 산탄데르 은행이 브라질·이탈리아 법인, 포티스가 네덜란드 법인과 자산 운용 부문을 인수할 예정이라고 아시아 월스트리트 저널이 8일 보도했다.

RBS는 라살 은행 인수로 미국 시장에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산탄데르 은행은 ABN암로 은행의 브라질 법인 인수로 브라질 주요 은행이 되며, 이탈리아 시장에서는 부자 고객을 상대로 한 영업을 강화할 수 있게 됐다. 포티스 은행은 이번 인수로 네덜란드와 벨기에·룩셈부르크에서 최대 은행으로 부상하게 됐다.

올 4월부터 RBS와 인수 경합을 벌였던 바클레이스 은행은 중국개발은행과 싱가포르 국영 투자펀드인 테마섹에서 185억 달러를 지원받아 인수전에 뛰어들었으나 치솟는 인수 가격을 감당하지 못해 포기했다.

정재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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