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정세 “지각변동”(김일성사후의 한반도:1)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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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북 권력승계 완료때까지 주변국 초긴장/유일한 북지지국 중국태도가 큰 변수/내부 노선 투쟁 가능성 주목/한국,미·일과 협력 강화시급
김일성의 사망은 한반도의「대지각 변동」을 예고하는 것이다.
세계적 냉전질서가 무너 진뒤에도 한반도에서만은 「냉전 기운」이 가시질 않고 있다 이번에 김주석의 사망으로 이제 한반도지역에도 일대 지각변동이 벌어진 것이다.
일단 북한내부 정세의 극심한 변동이 예고되기 때문에 한국과 주변 국가들은 위기관리체제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북핵 문제를 둘러싼 극심한 위기상황에서 벗어나 북―미간의 3단계 고위급회담이 제네바에서 열리고 있고,25일에는 평양에서 정상회담이 열릴 예정인 상황에서 김일성주석이 급작스럽게 사망함으로써 긴장완화로 향하던 「시계추」가 이제 어느 쪽으로 움직일지에 한국과 주변국가는 물론 전세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단 북―미 고위급회담과 남북정상회담이 중단될 것이고 한반도의 정세는 극심한 변동아래 놓여 「폭풍속의 촛불」같은 형국이 됐다.
즉 김일성사후의 권력승계작업이 마무리될 때까지는 남북한관계가 극도로 긴장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같은 전망은 김주석이 북한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유지해오면서 극도의 폐쇄적인 사회로 만들어 놓았기 때문에 그 내부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예견할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김일성은 이같은 사망에 대비,자신의 장남 김정일에게 권력을 이양시키는 작업을 적어도 20년이상 추진해와 김정일의 후계승계가 무난하리라는 관측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김정일의 후계승계작업이 아무리 오랫동안 치밀하게 준비됐다고 하더라도 지난 20여년간의 경제사정 악화와 대외고립에 불만세력이 없을수가 없기 때문이다.
내부의 정정의 혼란과 관련,한치앞을 내다보지 못하는 상황에서 미국은 일단 대북한 관계개선의 움직임을 중지하고 사태를 예의주시하게 될 것이다.
일본역시 같은 방향에서 미국과 보조를 맞출것으로 보인다.
김일성의 사망소식과 함께 가장 중요한 변수는 역시 최근까지 북한에 대한 지지를 아끼지 않았던 중국의 태도가 가장 주목된다. 중국최고위지도자들이 김일성등 혁명1세대간 혈맹관계에 더이상 연연하지 않고,대북지원을 약화시킬 경우 북한내부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가 있다.
어차피 북한권력내부에서 개혁·개방문제를 둘러싸고 노선투쟁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면 중국의 영향은 크지 않을수 없는것이다. 이 상황에서 김정일이 김일성사후의 위기를 빨리 수습해 당총비서 국가주석에 취임한다면,혹은 다른 권력집단(군부 혹은 경제테크너크랫등)이 사태를 수습하고 집단지도체제를 확보,체제안정을 이뤄낸다면 중국은 지지를 표명할것이지만 유동적인 상황에서는 지지를 유보할 가능성이 있다.
우리 정부의 입장에선 북한이 정치안정을 찾을때까지 안보태세를 강화하며 사태를 예의주시하게 될 것이다.
한편 한반도의 위기관리를 위해 한·미·일은 물론 중국·러시아까지 긴급히 회동해 위기를 공동으로 관리하는 체제가 시급해졌다. 아마도 미국의 클린턴대통령은 이같은 비상사태에 대해 한국·일본의 정상과 긴급통화를 갖고 중국·러시아에도 협력을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 정부는 이 상황에서 미·일과의 안보협력체제를 더욱 공고히 하고 중국·러시아와 협력을 강화하면서 국민들의 동요를 막고 비상시국하의 안보태세에 만전을 기하게 될 것이다.
이제 김주석의 사망에 따라 북한내부의 변화가 불가피해졌고 장기적으로는 북한도 개혁·개방이라는 시대적 추세에 동승하게 될 것으로 예견된다.
종국적으로는 남북관계나 통일의 실현에 유리한 국면이 마련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지금 당장은 북한이 안정을 찾을때까지 급격한 긴장이 예상된다.
이같은「한반도 비상시국」은 순전히 북한이 내부를 얼마나 빠른 시일안에 안정시키느냐에 달려있다.
만의 하나 북에서 권력투쟁이 벌어져 장기화되면 한반도의 위기국면도 그만큼 연장될 것이다.
이에 따라 한국을 비롯한 주변국가들이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유영구기자〉
◎북한 중앙방송·평양방송 김일성 사망 발표 전문
전체당원들과 인민들에게 고함.
우리의 전체 노동계급과 협동농민들 인민군 장병들 지식인들과 청년학생들 조선노동당중앙위원회와 조선노동당중앙군사위원회 조선국방위원회와 중앙인민위원회 정무원은 조선노동당중앙위원회 총비서이시며 조선주석이신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께서 1994년 7월8일 2시에 급병으로 서거하셨다는 것을 가장 비통한 심정으로 온나라 전체 인민들에게 알린다.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의 서거에 심심한 애도를 표한다.
①경애하는 수령 김일성동지의 유해는 금수산의사당에 안치되어 있다.
②경애하는 수령 김일성동지의 서거로 7월9일부터 7월17일을 애도기간으로 정한다.7월11일부터 7월16일 사이에 조문객을 맞이한다.
③추도대회를 7월17일 평양에서 엄숙히 거행한다.추도시각에 맞추어 평양과 각도 소재지에서는 조포를 발사한다.이때 전체 인민은 3분간 묵도한다.
기관차와 선박은 고동을 울린다.
④애도기간에 전국은 추도행사를 거행한다.평양에서 추도식을 거행할 때 각 도소재지도 추도식을 거행한다.
⑤애도기간내에 조기를 게양하고 일체의 가무·유희·오락을 금한다. ⑥외국의 고위대표는 받지 않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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