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주연의패션리포트] 지방시 - 오드래 헵번의 '궁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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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가방 좀 들어 주세요.” "제발, 저희 옷 좀 입어 주세요. ”
패션 업체들이 스타들에게 목을 매는 현실은 이제 그리 놀랍지 않다. 이는 국내외를 가리지 않는다.

그 치열한 마케팅 전쟁의 현장에선 어떤 일이 일어날까.

 할리우드 여배우 귀네스 팰트로는 정기적으로 친구들을 위해 ‘기브 어웨이(Give Away)’ 파티를 연다. 참석자들은 여러 명품 브랜드의 갖가지 아이템을 선물로 받는다. 수많은 브랜드가 그녀에게 온갖 의상·백·주얼리 등을 보낸다. 하루 한 트럭분량의 신제품이 집으로 배달된다니 그런 공짜 제품들을 가끔씩 친구들에게 선물로 줘 버리는 날을 따로 잡을 만도 하겠다.

 국내 스타들의 경우도 그렇다. 신제품은 나오는 즉시 ‘움직이는 광고판’인 이들에게 전해진다. “스타를 선호하는 이유는 그들이 대중과 가깝기 때문이죠. 업체들이 스타들의 이미지를 브랜드 정체성과 연결시켜 홍보하려는 거예요.” 스타일리스트이자 홍보 대행사 대표인 정윤기 이사의 설명이다.

 그런데 정말 스타들이 신제품을 걸치고 미디어에 등장한다고 매출이 늘어날까.

 “스타들이 착용한 제품이 매체를 통해 나오면 대중의 반응은 확실히 달라요. 물론 그 효과를 정확히 수치화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지만 요즈음에는 그런 제품이 잡지 화보에 나오자마자 수많은 네티즌이 인터넷에 올려 그 효과가 증폭되죠. 김민선씨가 닥스 행사에서 입었던 원피스는 애초엔 소량만 생산하기로 했어요. 그런데 소비자 반응이 크자 생산 물량도 늘리고 나중에 주문을 한 번 더 했답니다.” LG패션 홍보팀 김지원 대리의 말이다.

 이런 현상에 대해 정 이사는 “소비자의 입장에선 비현실적인 몸매의 패션 모델들이 착용한 옷보다는 오히려 스타들이 입은 옷이 훨씬 현실적이기 때문일 것”이라고 분석한다. TV나 스크린을 통해 가까워진 스타들이 착용했으니 주목도가 높은 것은 당연한 일일 수도 있다.

 이제 소비자나 패션 업체가 원하든 원치 않든 스타들은 패션계의 ‘거물’이다. 그들을 잡으려고 각 브랜드들은 갖은 방법을 동원한다. 그 때문에 스타들이 소속한 매니지먼트사와 브랜드들, 미디어 간에 알력과 잡음이 종종 일어난다. 홍보를 위한 패션 행사에 어떤 스타들이 오느냐에 따라 브랜드 노출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스타들의 유명세에만 매달리는 건 문제다. 스타의 개성과 브랜드의 이미지가 어울리지 않는 경우도 있다. 스타의 입장에서도 자신의 이미지와 맞는 브랜드를 선택해야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1950년대 지방시와 오드리 헵번의 만남은 좋은 예다. 우아하면서도 당시로서는 파격적으로 심플한 의상들을 선보였던 지방시의 디자인 철학은 오드리 헵번의 단아한 아름다움과 절묘하게 들어맞았다. 이것이 오드리 헵번(사진(右))의 이미지를 완성시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방시 역시 대스타의 이미지 덕에 디자이너로서의 명성을 얻었다.

 최근에 나온 엘르 미국판의 커버 스타 여배우 리스 위더스푼은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니나리치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올리비에 데이스켄스를 처음 만났을 때 놀랐어요. 저를 보자마자 수십 장의 드로잉을 하더군요. 그는 제가 가진 이미지를 충분히 연구하고 저와 패션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어요. 그러고나서 그가 만들어준 드레스들은 정말 제게 딱 맞는 옷이었어요!” 그 뒤로 위더스푼은 공식적인 자리의 어디에서나 니나리치 드레스를 입는다.

 스타에 맞는 브랜드, 브랜드에 맞는 스타가 ‘윈-윈 마케팅’의 기본인 셈이다.

강주연 패션잡지 엘르 수석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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