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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해방기구 의장 변장엔 귀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팔레스타인 주민의 환영을 받으며 1일 27년만에 가자지구를 방문하는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의장은 67년 파타(PLO의 무장조직)지도자로 활동할 당시부터 이스라엘 정보부에 의해 쫓기는 몸이었다.
아라파트 의장은 세계최정예를 자랑하는 이스라엘 정보부의 추격아래 위기때마다 중년여인.회교승려.목동등으로 변장,물샐틈 없는감시망을 「귀신」처럼 빠져다녔다.
당시 37세였던 아라파트는 요르단江 西岸전역을 활동무대로 지하조직 구축.폭탄공격 감행등의 임무를 띠고 종횡무진 이스라엘 정보망을 교란시켰다.
『그해 7월 아라파트의 소재를 파악한 이스라엘 정보원들이 포위망을 좁혀오자 아라파트는 여자옷을 입고 창문으로 도망쳤어요.
』그때 아라파트의 수하에서 활동했던 지아드 줄라니는 아라파트의변장술과 두둑한 배짱이 그를 여러 차례 살렸다고 회 상했다.
『한번은 이스라엘 보안요원 4명이 승려로 변장한 아라파트에게다가와 차를 좀 밀어달라고 했죠.아라파트는 당황하지 않고 팔을걷어부치고는 차를 밀어주고 고맙다는 인사까지 받았어요.』 또 줄라니는 아라파트가 당시 PLO의 아지트로 쓰이던 택시회사에 지역담당 정보요원들이 종종 들리면 이들과 함께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는 대담함을 보였다고 말했다.
당시 PLO연락책으로 활동했던 오베이다 카지미도 아라파트의 변장술이 워낙 천차만별이어서 검문하던 이스라엘 군인들이 눈치조차 채지 못했다고 술회했다.
『아라파트는 어느 때에는 지팡이까지 짚어가며 양치는 농부행세를 하는가 하면 어느새 양복차림의 의사로 변해 주위사람들도 속아넘어갈 정도였죠.』 당시 목동으로 변장할 때 즐겨쓰던 체크무늬의 두건인 케피에는 오늘날 아라파트의 트레이드마크로 남아있다. 그러나 이같은 「변장의 귀재」아라파트도 이스라엘당국의 검문을 받을 때마다 코란의 구절을 혼자 되뇌며「하늘」의 도움을 청했다는 것이 당시 그와 함께 활동했던 한 측근의 증언.신의 가호인지는 몰라도 한때「公敵 1호」로 지목됐던 아라파 트는 살아서 영웅으로 가자에 귀환하게 됐다.
[예루살렘 AFP.聯合=本社特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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