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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시 원중국민학교 이양순교사/「사랑의 공부방」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9면

◎방과후 어린이 맡아드려요/주변공단 맞벌이 부부 아이들 30여명 지도/“빈집나와 방황하는 애들보고 「엄마역할」결심”
방과후 빈교실을 이용해 맞벌이 부부들의 국민학교 저학년 자녀들을 돌봐주는 국민학교와 교사가 있어 화제다.경기도 고양시 원중국민학교 이량순교사(40)가 헌신적인 노력과 애정으로 운영하고 있는「사랑의 학교공부방」은 점차 사회적 필요성 이 증대하고있는 애프터 스쿨(방과후 학교)의 한 모델로서도 의미가 크다.
지난 27일 오후 이교사가 담임을 맡고있는 2학년 1반 교실에는 30여명의 어린이들이 찰흙놀이를 하며 신나게 놀고 있었다.매일 낮12시30분 정규수업이 끝나고 대부분의 학생들이 집으로 돌아가고 난뒤 하나둘씩 공부방으로 모여든 어린이 들은 오후3시20분까지 엄마처럼 정성스럽게 지도해주는 이교사와 함께 숙제를 하고 일기도 쓰며 즐겁고 유익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이어 4시까지는 요일마다 다른 유익한 학습프로그램 시간.과학실험·영어·글짓기·한문 공부등 요일마다 다른 재미있고 신기한 공부덕분에 일나간 부모들이 늦게 돌아와도 지겨운줄 모르고 지날수 있다고 아이들은 말했다.
『작년 가을 학교 주변의 고양공단과 그 주위의 열악한 주거환경,그리고 부모가 일나간뒤 텅빈 집을 나와 거리를 방황하는 애들을 보고 적잖이 충격을 받았습니다.』
3년전 이학교에 부임한이래 많은 학부모들이 고양공단에 맞벌이로 일하거나 더러 결손가정도 많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실제 눈으로 확인한「방치된 아이들」의 모습은 이교사로 하여금 공부방 개설을 감행(?)케한 직접적 계기가 됐다.
올 4월부터 문을 연 공부방은 처음엔 전학년을 대상으로 할까욕심도 냈지만 현실적인 한계로 현재는 1∼3학년만을 대상으로 하고있다.『오전중엔 선생님으로 대하던 애들이 오후 공부방에 오면 마치 엄마에게 응석을 피우듯 저를 대할때는 마음이 찡해지면서 애정이 더 느껴져요.』
피로가 쌓이고 다 못한 교재연구를 집에 싸들고 가야 할 경우등에는 이렇게 힘든 일을 왜 시작했을까 하는 후회가 생길때도 있지만 아이들의 표정이 밝아지고 일기쓰기도 곧잘 할때는 자신도 모르게 힘이 불끈 솟구친다는 이교사는 자신도「엄마의 눈」으로 아이들을 바라보고 지도하게 된다고 말한다.
이교사는 이 학교 박인준교장선생의 경우 색종이·복사용지 등 필요한 물품 지원과 무언의 격려를 해주고,동료교사 홍성춘·이경애·고형숙씨는 영어와 글짓기·과학실험 등을 도와줘 한결힘이 된다며 그들에게 감사한다.
『저소득층 어린이들에게만 방과후 학교가 필요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사무직·전문직 여성등 여성의 취업이 급격히 증가하고 따라서 혼자서 시간을 보내는 아이들에게 방과후 학교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개인적 차원의 봉사나 노력에 의해서가 아니라 제도적차원에서 방과후 학교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하는 이교사는 국민학교 교실과 여성자원봉사자들을 활용할 경우어렵지 않게 방과후 학교를 개설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현재 자신이 하는 공부방의 경우 학교 급식이 되지 않아 찬 도시락을 먹는 아이들을 볼때 가슴아프다고 말하는 이교사는「상록수 정신」을 가슴에 새기며 이 공부방을 계속 해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이교사는 그 자신도 두자녀를 둔 어머니이기도 하다.〈문경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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