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정상화>1.근무형태(변형근로制)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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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철도파업이 일단수습 국면에 접어들었다.기관사들이 90%이상 업무에 복귀했고 열차운행도 빠르게 정상화되고 있다.그러나 이번불법파업 사태를 통해 드러난 철도의 여러 문제점들을 해결해 완전 정상을 회복하기까지는 적잖은 과제들이 남아있 다.과제들을 시리즈로 정리한다.
〈편집자註〉 이번 철도파업에서 뇌관이 됐던것은 변형근로제 철폐와 인사제도 개선이었다.이는 과거에도 논란이 되어온 해묵은 과제다. 10여개 직종으로 구성된 철도 종사자들의 근무형태는 각 직종마다 맡고 있는 업무의 특성에 따라▲일근제▲1주야 교대(격일)근무제▲열차 시간표에 의해 출.퇴근하는 승무교번 근무제등 세가지 유형이다.
격일 근무제는 오전 9시부터 24시간 일하고 하루를 쉰뒤 다음날 오전 9시에 출근하는 형태로 매표.검표등을 담당하는 역무원,역구내에서 열차 이동 업무를 맡고 있는 수송원,열차를 정비.점검하는 검수원등 1만8천여명의 근무형태다.
승무교번 근무를 하고 있는 철도원은 열차운행과 밀접하게 관련있는 기관사와 여객전무.차장.검차승무원등 7천2백여명이다.이 가운데 기관사는 5천3백여명.
철도직원들의 근무조건과 관련,안팎에서 시비가 끊이지 않고 있는 부분이 바로 승무교번 근무와 격일제 근무형태.「하루 8시간근무제」가 아니라는 점에서 흔히「변형근로제」라 불린다.
승차교번 근무는 열차 다이어에 의해 출.퇴근해야 하므로 열차운행 시간이 곧 근무 시간이다.열차별.지역별.노선별로 1백20개 종류의 다이어가 있기 때문에 근무시간도 천차만별이다.
새마을호 기관사의 경우 예컨대 6월1일 낮 12시15분 서울수색을 떠나 부산에 오후 5시21분에 도착,1박한뒤 2일 오전7시에 다시 열차를 몰고 서울역에 도착하는 시간은 오전 11시20분.이 기관사는 낮 12시50분 퇴근,3일 오후 1시15분다시 똑같은 노선을 운행하고 4일 오후 1시50분에 퇴근,5일하루를 쉰뒤 6일 오후부터 이전과 비슷하게 근무한다.1회 근무에 최고 19시간 23분을 근무하게 되며 이 경우 휴식및 취침시간을 제외한 운전시간은 10시 간이다.한번 근무가 이틀에 걸쳐있을 경우「泊다이어」라고 불린다.
이같은 근무여건 때문에 기관사들은 자신들의 생활을 기름범벅에별을 보고 나왔다가 별을 보고 들어간다는 의미의 속어인「깜둥이」로 부르고 있다.
파업에 참여했다 복귀한 李모씨(45.서울기관차사무소)는『열차의 운행시간에 맞추어 일하는 기관사의 경우 낮과 밤이 없는 도깨비같은 생활을 평생 반복한다』고 불만을 토로한다.이 때문에 이같은 변형 근무형태를 개선해야 한다는 명분에 기 관사들이 쉽게 공감대를 이뤄 파업에 동참하는 원심력이 됐다.
따라서 기관사들은 서울지하철이 출.퇴근 시간을 일정하게 규정,출근시간은 오전 6시30분이후로, 퇴근시간은 오후 8시 이전에 하고 조기출근.야근은 별도로 다루도록 한 노.사 합의를 철도에도 도입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대해 철도 청의 입장은 현실적인 차원에서 문제를 풀어가자는 것이다.철도청 관계자는『현재 기관사의 월평균 근무시간은 약2백12시간 정도로 이 가운데 실제 근무시간은 51%이고 나머지는 대기.휴식등 비운전 시간이기 때문에 근무형태에 불만이 있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격무로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특히 열차다이어에 따라 24시간 운행하는 철도업무의 특성상 하루 3교대 근무에 따른 8시간 근무는 현재의 운행구조로는 곤란하며『일본이나 영국등 외국의 경우에는 초과근무수당이 높을뿐 우리보다 노선이 길기 때문에 근무시간면에서는 더 열악하다』는 것이다. 철도청은 철도 공사화 계획에 열차다이어를 조정해 중간역 교대등 기관사의 업무를 줄여주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金石基기자〉 다음회는 종사원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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