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서울의 달 호순이役 김원희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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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수떠는 마론인형」.
분홍빛 원피스에 빨강.노랑.초록의 머리핀을 꽂은 호순이 김원희(22)의 모습은 지금은 성인이 된 우리의 딸들이 어린 시절그렇게 사달라고 조르던 「마론인형」그대로다.도도한 새침데기 인형의 이미지와는 달리 푼수떠는 말투는 어딘지 어 색하면서도 우리를 사로잡는다.
안방의 화제인 MBC-TV『서울의 달』은 연기자들이 가지고 있던 기존 이미지와 어긋나는 배역을 시도,오히려 성공하고 있다.극중에서 우직한 사나이 춘섭과 약삭스런 제비족 홍식을 각각 정반대의 이미지인 최민식과 한석규가 맡아 고정관념 을 깨뜨렸다. 춘섭에게 애정 공세를 퍼붓는 시골처녀 호순역에도 CF모델 출신의 늘씬한 미녀 김원희를 기용,흥미를 더하고 있다.
지금까지「푼수 아가씨」역은 여럿 있었으나 유독 호순이가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 것은 단순히 어눌함에만 집착하지 않는 캐릭터의 이중성 때문이다.
호순은『왜 나만 미워하느냐』고 춘섭에게 적극적 구애를 한다.
반면 춘섭의 호통에는 말끝을 흐리며 꼬리를 감추기도 한다.순진한 시골처녀의 얼굴과는 거리가 먼데도 부담을 주지않고 친근한 눈빛이 있다.
『친구들과 모이면 제가 주로 떠들죠.얘기를 재미있게 만들어 하는 재주가 있다고들 해요.』 어쩌면 평소 모습이 호순역을 쉽게 소화하는 밑바탕이 될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요즘 남자들은 여자들에게 짓눌려 사는 것같아요.여자를 학대해서는 안되겠지만 남자다움은 있어야죠.』 그녀는 자신을 이끌어주는 남자가 좋다고 말한다.극중 그녀의 호순역이 자연스런 원인이 여기에도 있는 듯하다.
CF모델로 활동하다 92년 MBC 21기 탤런트로 뽑힌 그녀는 MBC-TV『한지붕 세가족』,7월 개봉 예정인 영화『키스도못하는 남자』에 출연했다.서울 배성여고를 졸업한 그녀는『요즘 호순이 말투가 입에 붙어 큰일』이라지만 가식없이 웃으면서 전혀싫지않은 표정을 지었다.
글=郭輔炫기자 사진=朱基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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