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천국 독일 불법단체 파업 상상도 못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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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한국에서 철도의 전면파업으로 시민들이 불편을 겪고있다.유럽에서도 철도파업은 심심찮게 일어난다.그러나 노동자의 천국이라 불리는 독일에서도 파업에는 지켜야 할 기준이 있다.독일의 「파업문화」를 알아본다.
[편집자註] 獨逸처럼 파업이 자주 일어나는 나라도 흔치않다.
「노동자의 천국」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노동자의 권익보호에 철저한 독일에서는 거의 1년 내내 파업소식이 끊이지 않는다.대대적 산업구조개편 과정을 거치고 있는 최근 몇년은 특히 심하다. 그러나 이처럼 파업이「일상화된」 독일이지만 노조가 내키는대로 아무렇게나 파업하는 것은 아니다.당연한 얘기지만 법의 테두리 내에서 준법 투쟁을 하고 있고,나아가 1백년 이상 축적된 勞使쌍방의 쟁의및 협상기술로 파업은 대체로 사회통념 이 허용하는 범위내에서 이뤄지고 있다.
파업은 합법적인 노조만이 할 수 있다.따라서 불법단체의 파업은 상상할 수 없다.産別노조와 복수노조가입이 허용된 독일에는 독일노조연맹(DGB)산하 16개 산별노조에 1천1백만명의 노조원이 가입해 있는데 이들이 파업의 주체다.
또하나 파업권이 법으로 보장된 독일이지만 공무원과 군인은 파업권이 없어 파업할 수 없다.
공무원이 국민을 위한 서비스를 파업대상으로 삼는것을 금지시키고 있다.일반노조의 경우도 자신들의 이익만을 앞세워 무작정 파업에 돌입하지는 않는다.우선 노조측도 경영상태나 사회적 요소,예컨대 물가상승률이나 실업률등을 잘알고 있기 때문 에 터무니 없는 임금인상을 요구하지 않는다.대체로 노조와 사용자가 주장하는 인상폭의 중간쯤에서 타협이 이뤄지게 된다.타협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노조는 노조원 전체의 직접투표로 파업돌입 여부를 결정한다.노조원 직접투표 없이는 통상 두 시간 정도의 경고파업만할 수 있다.직접투표로 파업을 결정해도 보통 1~2주 지나서 파업에 들어가기 때문에 이 사이에 노사가 타협하게 된다.
물론 독일에서도 극한투쟁에 가까운 노사분규가 있었다.지난 92년 4월말부터 5월초까지 11일간 독일의 모든 공공서비스를 마비시켰던 독일 공공기관.운송.교통노조(OTV)의 전면파업의 경우가 그랬다.당시 노조는 9.5%,사용자인 정부 는 3.5%를 제시해 5.4%와 4.7%까지 양측의 견해차를 좁혔으나 헬무트 콜총리의 지시를 받은 사용자측이 『5.4%를 인상하느니 차라리 파업이 낫다』며 쓸데없이 노조측을 자극,양측의 감정싸움은 전후 최악의 공공기관파업으로 비화됐 다.결국 5.4%에서 최종 합의된 당시 파업으로 약 5천억원의 재산피해도 피해지만 무엇보다도 일반국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그러나 당시 노조는 동시에 전국적으로 파업에 돌입한 것이 아니라 지역별.부문별로 나눠 파업을 실시하는등 일반국민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했다.예컨대 버스가 파업하면 지하철은 운행하는 식이었다.
이 때문에 당시 공공노조는 자전거로 출퇴근하는등 직접 파업의피해를 당한 독일국민들로부터도 심한 비난은 면할 수 있었다.
[베를린=劉載植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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