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만화 홍수 대책이 없다-법적규제 全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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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일본만화 홍수속에 국산만화가 설자리를 잃고있다.그동안 불법복사등으로 국내에 보급돼오던 일본만화가 91년 정식수입허용후 국내시장을 휩쓰는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섹스.폭력.잔혹등 비윤리적인 내용 때문에 문제가 되어온 일본만화에 우리 청소년들이 거의 무방비로 노출되고,이에따라 청소년비행의 한 촉발요인이 되고있다는 지적이지만 걱정뿐 대책없이 방치된 형편이다.
21일 오후2시쯤 서울용산구청파동 청파국교 후문앞 C문구점.
『시티 헌터』『바이오렌스』『크로스로드』등 일본만화 1천여권이코너를 이뤄 진열되고 있지만 국내만화는 아무리 찾아봐도 50여권도 채 안된다.
『일본만화 신간이 재미있다는 소문만 나면 아이들이 무더기로 몰려와 하루에 수백권까지 판적이 있어요.요즘 국산만화 보는 애들은 거의 없어요.』가게주인 全모씨(50)의 말이다.
전국유통 만화의 90% 가까이를 공급하는 서울종로5가 만화도매상가에는 90년이후부터『슬램덩크』『드래곤볼』등 일본만화 선풍이 불면서 일본만화 국내 유입이 급속히 늘어나 최근에는 전체거래량의 절반이상을 차지하고있다.
한국만화가협회에 따르면 무단복제돼 시중에 유통되는 일본만화는지난해로 연간 4백만권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되지만 국산만화 판매량은 연간 30만권에 불과하다.
청소년들의 정서에 미치는 악영향은 더욱 심각하다.시중에서 나도는 일본만화들은 대부분 근친간 성애묘사,폭력.잔혹성등 우리정서에 맞지않는 비윤리적 내용들인데도 청소년들에게 무분별 수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줄거리가 재미있고 야한 내용도 많아 좋아요.치고받는 내용도훨씬 짜릿하고 스릴있고요.』 1주일에 2~3권씩 일본만화를 정기적으로 사서 본다는 金모군(14.K중 2년)은『학생들 대부분이 일본만화 서너권 정도는 갖고있으며 야한 내용이 담긴 일본만화 본판을 수집하는 애들도 있다』고 말한다.
게다가 국산만화의 경우「풍속영업법」「학교보건법」등에 의해 심의를 거친뒤 만화방등 대본소에만 납품되고 학교주변 2백m 이내에는 대본소를 차릴수 없도록 엄격하게 규정돼 있지만 일본만화들은 아무런 법적규제를 받지않은채 학교주변에서 날개돋 친듯 팔리고 있다.
黃壽邦 간행물윤리위원회 만화분과 수석 심의위원은『일본만화 불법복제에 대해 일본측이 아무런 이의제기를 안하는건 일단 일본문화에 대한 친밀감을 심어준뒤 97년 출판시장이 개방되면 정식으로 한국에 진출,대대적인 판촉을 하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며『국내만화업자들의 도산도 문제지만 어릴때부터 일본만화를 보며 자란 아이들의「국적없는 정서」를 어찌할 것인지는 국가적인 문제』라고 말했다.
〈洪炳基.柳權夏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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