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대화 시동건 미국/3단계회담 대비 발빠른 움직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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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일성메시지 신뢰여지 있다”/제재도 추진… 북태도 돌변막기
미국정부가 북한 김일성주석의 대미메시지가 사실로 확인될 경우 유엔안보리의 대북한 제재결의안 추진을 중지하고 북―미3단계 고위급회담을 개최하겠다고 밝힌 것은 대북한정책을 잠정적으로 대화방향으로 선회한 것을 의미한다.
미국정부가 20일 서한을 통해 이러한 의사를 전달한 것은 김주석이 지미 카터전대통령을 통해 전달한 메시지를 공식화하면 다음단계의 조치를 정식으로 시작하겠다는 미국의 의지를 밝힌 것이나 다름없다.
미국정부는 김주석이 북한을 방문한 학자·종교인등 미국 민간인들과의 면담 형식을 빌려 비공식적으로 보내온 메시지를 지금까지 공식 확인하지 않았던 것과는 달리 이번 카터의 평양방문시 김주석이 제안한 내용은 공식화하는 절차를 밟고 있다.
이는 미국정부가 김주석의 메시지가 구체적이고 실현가능성이 있으며 신뢰할 여지가 많다는 판단을 내린 것임을 의미한다.
특히 김주석의 말을 공식화하는 것에는 김주석이 갖고 있는 북한내 권위와 국제적 체면을 미국이 다음에 취할 행동의 무기로 삼겠다는 의도도 함께 숨겨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무부는 이번 대북한 서한에서 김주석의 메시지가 사실임이 외교적으로 확인되면 3단계 고위급회담을 개최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하고 있으며,워런 크리스토퍼국무장관은 이같은 확인이 있으면 유엔안보리의 대북한 제재결의안 추진도 중지할 수 있다고 뒷받침하고 있다.이는 북한핵문제는 평화적 방법으로 해결될 수 있다고 주장해온 국무부의 종전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기도 했다. 미국은 유엔안보리의 대북한 제재결의안 추진이 단순히 북한을 제재하기 위한 것만이 아니라 북한이 국제사회의 요구에 부응,외교적 해결의 장으로 나오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거듭 강조해왔다. 미국은 이와 함께 유엔안보리를 통한 제재 움직임을 구체화하면서 미국의 의지를 분명히 전달하고 실효성 있는 제재를 결의안에 포함함으로써 북한으로 하여금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도록 하는데 주력해왔다.
이번 김주석의 대미메시지는 안보리제재 추진을 중지시키고 다시 시간을 벌어들이려는 전략적 발언이라는 의구심도 적지 않았으나 빌 클린턴대통령은 이를 오히려 미국의 제재추진 압력에 대한 북한 최고지도자의 공식적 양보내지 사실상 굴복으로 받아들이는것이 북한핵해결에 더욱 도움이 된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대화국면 전환에도 불구하고 ▲현재 안보리 대북한 제재결의안 ▲주한미군의 전력강화 계획을 계속 추진하고 있다.
미국의 이같은 양면성은 대화국면 진전에 앞으로 장애요소가 될가능성이 크다.이는 미국은 김주석의 메시지가 사실로 공식화되더라도 구체적 행동까지 확인하기 전에는 종전의 제재입장을 쉽사리 포기하지 않겠다는 것을 암시하는 것이다.
북한이 김주석의 메시지를 확인하더라도 이를 행동으로 구체적 증명을 하지 않으면 언제든지 종전의 제재국면으로 즉시 전환할 수 있다는 미국의 간접적 위협이기도 하다.
김주석은 최근 북한을 방문했던 한 재미동포에게 『한반도에서 전쟁을 하는 것은 일본만 이득을 보게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전쟁을 하는 것은 어리석은 것』이라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같은 김주석의 정세판단이 사실이라면 미국측의 확인요구를 북한측이 거부하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더구나 북한내 절대적 지도자 김일성이 자기가 한 말을 번복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미국의 대북한 대화국면은 순조롭게 진행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워싱턴=진창욱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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