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에서>한양레퍼토리 장아누이의 반바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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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연극의 역할이 웃음과 풍자에만 있다면 극단 한양레퍼토리가 인간 소극장에서 공연중인 『장 아누이의 반바지』(7월31일까지)는 그 역할에 충실한 작품이다.
공연장을 찾은 관객들은 그야말로 아무 생각없이 두시간동안 폭소를 터뜨리다 상기된 얼굴을 추스리며 극장문을 나선다.너무 웃어 지친 표정으로.
이 작품은 프랑스 극작가 장 아누이의 『익살스런 희곡집』의 하나로 여성운동.여권해방이 극에 달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를 냉소적으로 풍자한 것이라든지,극중 대사나 웃음을 주는 소재들이대부분 여느 술집 쇼무대에서나 나옴직한 비어.음 담패설로 채워졌다든지 하는 따위는 웃고 즐기기에 아무 문제도 되지 않는것처럼 보인다.
게다가 이 작품은 성희롱의 문제를 여성 시각으로 다룬것이라는설명과는 달리 여성혐오증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반페미니즘적 독설로 가득차 있다.극중 여성들은 모두가 반쯤 정신이 나간 상태의철저히 희화화된 모습으로 그려진다.
남편의 성기를 잘라달라는 재판을 신청한 귀족부인은 말도 안되는 궤변.독설투성이의 푼수이며 여성재판장은 진실을 밝히기 보다는 여권에만 관심이 있는 모자란 성격이다.여성제작자와 여성연출가의 「페미니즘을 생각해보는 작품」이란 주장은 여 기서 설득력을 잃는다.
웃음을 통한 카타르시스의 충족은 눈물을 통하는 것보다 어렵다는게 정설이다.단지 웃는 것이라면 엎어지고 깨지는 3류코미디물로도 가능하지만 그것은 감동을 주지 못한다.
연극의 역할이 웃음과 재미만이 아닌 감동과 메시지를 전달하는데 있다면 이 작품이 받을수 있는 점수는 과연 몇점이나 될지 의문이다.
〈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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