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유혈사태] 45년 군사정권에 맞선 '몽크 + IT 파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4면

특히 불교 국가인 미얀마에서 국민의 절대적 신뢰를 받고 있는 승려들이 직접 거리로 나와 민주혁명을 주도하면서 국민의 호응이 더욱 커지고 있다. 1962년부터 철권을 휘둘러 온 군사정부의 입지는 좁아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 시위상황이 인터넷 등 정보기술을 타고 전 세계로 알려지면서 국제사회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

◆승려 주도로 시위 확산=군부의 유혈진압에도 민주화 시위가 10일 넘게 계속되는 가장 큰 이유는 승려들이 앞장서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미얀마 정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5500만 인구 중 85%인 4675만 명이 불교 신자다. 이 나라에선 남자들은 대부분 1~2년씩 출가를 할 정도로 불교에 대한 믿음이 독실하다. 이 중 영구 출가한 승려는 410만 명에 이른다.

미얀마 승려는 탁발을 위해 새벽에 잠깐 외출하는 것을 제외하고는 하루 종일 사원에서 수도.정진을 하고 정치 참여는 최대한 자제해 왔다. 그런 이들이 이번 시위에 앞장선 것은 이달 초 일부 승려의 시위를 군부가 무력 진압하고 언론을 통제해 사실을 왜곡한 것이 도화선이 됐다.

이달 초 미얀마 중부지방에서 정부의 유가인상 등 조치에 항의시위를 하던 300여 명의 승려에게 군부가 발포하며 강제진압을 했다. 이 중 서너 명이 중상을 입었다. 불교계는 군부에 공개사과를 요구했지만 무시당했다. 더구나 군부는 관변 언론을 동원해 가짜 승려들이 시위대에 앞장섰다고 허위 선전을 했다. 그러자 승려들은 군인들의 사원 출입과 시주를 금했다. 지금까지 20만 명 이상의 승려가 시위에 참여했다. 그러자 군사정부는 승려들이 정치 참여로 사회 평화와 불교 교리를 위반하고 있다며 26일 군용차로 미얀마 제2의 도시인 북부 만달레이 사원 등의 문을 부수고 들어가 총과 최루탄을 쏘며 승려 수백 명을 강제 연행했다.

이러한 법난을 당한 만달레이 사원의 모우 구앙 스님은 "군사정부는 이제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민, 그리고 국교인 불교와 대결을 시작했으며 우리는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20만 명이 거리로 … 피플 파워 주도
군인들 시주도 금지 "반드시 승리" #학생들은 검열 피해 동영상 해외 전송

<그래픽 크게보기>

◆정보기술(IT)의 힘=27일 오전 1시30분. 인도 뉴델리에 본부를 둔 미지마 뉴스 편집장 소 민트의 휴대전화에 메시지가 들어왔다. 미지마 뉴스는 미얀마 민주인사들이 해외에서 운영하는 정기 간행물이다. 메시지에는 '양곤에서 관광객 한 사람이 총에 맞아 쓰러졌다'고 돼 있었다. 민트는 "현지에 직원들이 약간 있지만 이 메시지는 내가 모르는 한 대학생에게서 온 것 같다"고 말했다. 28일 아시안 월스트리트 저널의 보도 내용이다.

비단 휴대전화 메시지뿐만이 아니다. 디지털카메라로 찍은 시위 사진과 동영상까지 해외 미얀마 민주인사에게 전달된다. 약 100여 명의 대학생이 이 같은 메신저 역할을 하고 있다.

양곤 네티즌들이 개설한 블로그도 시위 상황을 외부로 알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휴대전화로 찍은 시위 사진이나 동영상을 올려 해외에서 직접 검색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특히 C박스라는 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한 시위 목격자들의 의견 교환이 활발하다. 대부분 군사정부의 검열을 피하기 위해 서버를 해외에 두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파리에 본부를 둔 '국경없는 기자회'에도 하루 수십 건의 문자메시지와 시위 관련 정보들이 미얀마에서 날아온다. 영국 BBC 방송은 미얀마 현지에서 온 e-메일 목격담을 전하고 있다.

민주시민 단체인 '버마를 위한 연합운동(USCB)'을 주도하는 아웅 딘은 "젊은이들은 어떻게 인터넷을 활용하고 통제를 피하는지 다 알고 있어 정부가 인터넷을 끊거나 통제해도 아무 소용 없다"고 말했다.

홍콩=최형규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