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회 선거돌입-각국정권 신임투표 겸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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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유럽 合衆國」의 입법부로 비유되는 유럽의회 선거가 9,12일 이틀동안 12개 회원국에서 각각 실시된다.
이번 투표는 5년 임기의 유럽의회 의원 5백67명(현재는 5백16명)을 선출하는 것으로 국별로 현정권에 대한 신임투표 성격을 동시에 띠고 있어 유럽 전역의 비상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유러피안紙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프랑스.獨逸.이탈리아.스페인에서는 우파 우세가 점쳐지는 반면,英國.포르투갈.그리스에서는좌파가 선전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英國의 경우 현 보수당 정권에 대한 지지도가 땅에 떨어져 이번 유럽의회 선거에서 집권당이 참패할 경우 존 메이저총리가 사임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는 현재 5백16석중 1백98석을 차지해왔던중도좌파세력이 계속 최다의석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돼 이번 선거로 유럽의회의 사회주의적 성향이 크게 변화하지는 않을 것이라는게 일반적인 견해다.
중도좌파에 이어 중도우파가 1백62석을 차지하고 있으며 이밖에 자유민주당系가 46석,녹색당系 27석,유럽민주동맹 20석등이다. 이번에 새로 배정된 국별 배정의원 수는 독일 99,프랑스.이탈리아.영국이 각각 87,스페인 64,네덜란드 31,벨기에.그리스.포르투갈이 각각 25,덴마크 16,아일랜드 15,룩셈부르크 6석이다.
유럽의회의 기능도 크게 강화되고 있다.이전에는 입법기능이 회원국의 정상및 각료로 구성된 유럽이사회에 있고 유럽의회는 단순한 자문역에 불과했으나 92년「단일 유럽법」발효 이후에는 유럽이사회에서 제정한 법률안을 최종 심사할 권한이 유 럽의회에 주어졌다.이밖에도▲유럽집행위의 예산심사▲非회원국 유럽연합(EU)가입안 비준등 추가적인 권한이 강화됐다.
회원국 국민일 경우 EU내 어디에서든지 선거권.피선거권을 갖도록 한 것도 이번 유럽선거에서 새롭게 도입된 제도다.예컨대 파리에 사는 이탈리아人도 선거에 참여할수 있으며 독일人이 영국에서 유럽의회 의원으로 출마할수 있다는 의미다.한 마디로 유럽의회는 권한과 규모면에서 강화돼 고유한 의미의「입법부」로 발전해 가고 있는 것이다.
반면 유럽 분위기는 수년간 계속된 불경기로 유럽통합에 대한 회의론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는 상태다.
마스트리히트조약에 따라 수년내 단일통화.단일안보체제등이 속속도입되도록 예정돼 있어 정치.경제적 주권 상실을 걱정하는 각국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브뤼셀=南禎鎬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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