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교장 美 고교, 폭스 TV 3시간 생방송 화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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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주 공립고교 최초의 한인교장으로 잘 알려진 이기동 교장(45)의 답스페리(Dobbs Ferry)고가 최고의 인기를 모으는 아침프로 폭스TV(채널 5)의 ‘굿데이 뉴욕(Goodday Newyork)’에 무려 3시간이나 생방송으로 소개돼 화제가 되고 있다.

폭스 TV는 21일(현지시간) 오전 6시부터 9시까지 진행되는 ‘굿데이 뉴욕’을 ‘My Fox School Spirit’이라는 제목과 함께 답스페리고 특집으로 구성하는 파격적인 방송으로 눈길을 끌었다.

이 방송을 위해 폭스 TV는 방송중계차 4대와 헬리콥터까지 동원한 가운데 스튜디오를 답스페리 교정에 옮겨놓고 조디 애플게이트(Jody Applegate)와 론 코닝(Ron Corning) 두명의 메인 앵커와 인기 기상캐스터 마이크 우즈(Mike Woods), 여성리포터 앤디 애들러(Andy Adler) 등 출연진을 총출동시켰다.

방송 촬영을 위해 500명이 앉을 수 있는 임시관중석을 조립하는 등 전날부터 스튜디오를 세팅한 폭스 TV는 중계차 4대는 물론, 헬리콥터까지 동원하는 등 하나의 아침프로를 위해 엄청난 물량 공세를 펼쳤다.

방송은 답스페리고의 이동 스튜디오에서 특집을 진행하면서 막간을 이용해 날씨와 긴급뉴스, 화상 대담 등이 연결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날 촬영장에는 데브라 캐플란 답스페리 교육감까지 나온 가운데 고교생은 물론, 중학생들까지 합세해 수백장의 포스터와 배너 등을 들고 함성을 지르고 장기를 선보이는 등 다채로운 그림을 연출했다.

웨스트체스터 카운티 허드슨 강변의 답스페리는 뉴욕시에서 자동차로 30분 정도 떨어진 인구 1만여명의 작은 타운으로 백인들과 유태계가 주류를 형성하고 있다.

타운에 하나뿐인 답스페리 고교는 학년당 100여명에 불과한 작은 학교지만 2006년 뉴스위크가 전국 3만여개의 공립고 중 50위안에 선정한 대표적인 명문학교이다.

한인 등 소수계가 별로 없는 답스페리고가 한인사회에 유명해진 것은 2년전 이 학교에 이기동 교장이 부임했기때문이었다. 이 교장의 부임은 뉴욕주 전체를 통틀어 공립고 최초의 아시안 교장이라는 기록이었고 특히 답스페리가 미 동부의 교육계를 쥐락펴락하는 유태계의 상징적인 학교였다는 점에서 뜨거운 화제를 모았다.

1.5세 출신인 이 교장이 아시안에 대한 차별과 편견을 극복하고 명문고의 수장이 된 것은 백인사회가 한인들의 우수성을 다시 한 번 평가하는 계기가 되었다.

당초 폭스 TV는 2년전 타계한 이 학교의 풋볼(미식축구)팀의 짐 맨켄지 감독 관련 행사를 다룰 계획이었지만 이 교장의 존재 등 답스페리고의 많은 얘기거리를 접하고 이례적인 특집방송을 꾸미게 됐다.

이기동 교장은 “뉴욕 뉴저지 코네티컷 등 트라이스테이트 지역에만 1000개가 넘는 고등학교가 있는데 폭스 TV의 인기방송을 아예 답스페리 특집으로 꾸미는 것은 정말 굉장한 일”이라고 흐뭇해 했다.

답스페리의 짐 맥켄지 감독은 풋볼팀을 3년연속 뉴욕주 우승으로 일군 명장으로 학생들에게 특히 존경을 받는 인물이었다. 2년전 5월 불의의 심장마비로 사망, 많은 이들을 안타깝게 했다. 이후 답스페리고는 맥켄지 감독의 생일에 맞춰‘코치 맥 데이’를 열고 그를 추모하고 기금 조성 등의 각종 이벤트를 열고 있다.

이날 방송 출연진과 교사, 학생들은 맥켄지 감독을 상징하는‘MAC’이라는 티셔츠를 착용해 눈길을 끌었다. 9학년부터 12학년까지 학년별로 색상을 달리 한 티셔츠 역시 기금 조성을 위해 만든 것으로 뒤에는 ‘내가 말하는 것을 하지 말고 내가 의미하는 것을 하라(Do What I mean, Not What I Say)’라는 맥켄지 감독의 어록이 새겨져 있었다.

진행자 론 코닝은 “답스페리는 교사와 학생, 부모가 하모니를 이룬 멋진 학교다. 이렇게 훌륭한 학교에서 특집 방송을 하게 돼 아주 즐거웠다”고 말했다.
【뉴욕=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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