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출!샌드위치코리아] 해외 금융기업들은 어떻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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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가뱅크만이 살아남는다=미국의 경우 1999년 금융서비스현대화법의 제정을 전후해 금융사 간 M&A가 크게 늘었다. 이 법을 통해 금융지주회사를 통한 타 업종 겸영이 부분적으로 허용됐기 때문이다. 98년 씨티그룹이 트래블러스 그룹을, 뱅크오브아메리카(BOA)가 네이션스뱅크를 합병한 것을 비롯해 금융 M&A 바람이 불었다. 반면 유럽에서는 유럽연합(EU) 출범에 따른 역내 은행 간 과당경쟁으로 수익성이 크게 악화되면서 금융회사의 대형화가 촉발됐다.

 97년 스위스 UBS가 같은 나라의 SBC를, 98년 도이체방크가 미국의 뱅커스 트러스트를, 2000년 영국의 HSBC가 프랑스의 CCF를 합병했다. 이런 M&A가 있을 때마다 세계 1~5위의 새로운 메가뱅크가 탄생했다. 이처럼 초대형 M&A가 유행처럼 번진 데에는 금융회사를 둘러싼 환경이 90년대 이후 크게 바뀌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금융산업팀 서정의 차장은 “급속히 진전되는 세계화,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 파생금융상품을 포함한 신종 금융기법의 개발 등 금융시장의 환경이 급변했다” 고 설명했다.

 ◆메가뱅크의 무대는 전 세계=미국·유럽의 금융사는 해외에 진출한 자국 기업에 대한 금융서비스 목적으로 해외 진출을 시도했다. 그러다 해외지점을 늘리더니 급기야 대형 금융회사의 합병과 현지 회사의 합병을 통해 세계 금융시장을 자신들의 무대로 만들었다. 금융회사들의 글로벌 전략이 성공적으로 펼쳐지고 있는 나라의 경우 해외 자산이 크게 늘고 있다. 2005년 말 기준 미국의 대외자산은 11조 달러로 1995년에 비해 2.8배, 영국은 8조 달러로 3.5배 늘었다. 반면 지난해 기준 한국의 대외자산은 4400억 달러에 불과했다.

 해외 금융사들이 몸집을 불려 글로벌 영업을 강화하는 동시에 M&A·기업공개(IPO)와 같은 수익성 높은 투자은행 업무에 핵심 역량을 집중한 것도 국내 금융회사와 큰 차이점으로 지적된다. 어디까지를 투자은행 업무로 보느냐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지난해 주요 해외 금융사의 투자은행 업무 수익 비중은 10~60% 수준에 이른다. 반면 국내 4대 증권사의 경우 이 비중이 평균 3.8%에 불과했다.

 한국금융연구원 강종만 선임연구위원은 “위험이 따르긴 하지만 투자은행 업무를 확대하지 않고선 세계 금융시장에 살아남기 힘들다”며 “한국의 경우 규제를 완화하는 동시에 전문성을 갖춘 인력 양성과 위험관리 시스템의 구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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