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해는 뜨고 해는 지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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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제1부 불타는 바다 더 먼 곳을 향하여(43) 달려온 길남이9호 갱의 사고 현장에 도착했을 때 그곳은 램프 불빛과 사람들로 뒤엉켜 있었다.
『어떻게 돼 가는 겁니까?』 헐떡거리며 달려온 길남이 램프를들고 서 있는 남자에게 물었다.그는 얼굴은 말할 것도 없이 온통 시커멓게 탄가루를 뒤집어 쓰고 있었다.
『어떻게 되기는,보면 모르겠어?지금 파들어 가고 있잖은가.』『꺼낸 사람은 아직 없나요?』 『없구먼.지금 파면서들 나오는 얘긴데,그렇게 깊이 묻히지는 않은 거 같으니까.심하진 않을 거같기도 한데…모르지.』 『몇 사람이나 묻힌 건가요?』 『둘이라고 하지.』 막장이 무너질 때 그곳에는 여섯 명이 일을 하고 있었고,사고 직후 확인한 것으로는 네 사람이 가까스로 탈출을 했다는 이야기였다.갇혀 버린 두 명 속에 명국이 있었다.
『탈출한 사람들은 어디 있는데요?』 『숙소에 어디 있겠지.병원으로도 갔고.놀래가지고 두 사람은 아예 정신이 나갔더라구.턱만 덜덜거리고 떨었지 말도 제대로 못해.』 『그래서 막장 사고한번 만나면 두 번 다시 탄 캐러 못 나서는 거 아녀.놀래가지고 들어올 엄두를 못 내는 거여.』 수건으로 땀을 닦으며 돌아나오는 인부의 연장을 길남이 빼앗듯 옮겨 잡았다.그는 입고 있던 옷을 훌러덩 벗어 뒤쪽으로 던져 놓고 나서 손바닥에 침을 뱉었다.앞 쪽에서 무너진 갱목을 파헤쳐 일으켜 세우고 있는 사람들 속으로 다가선 길 남은 불끈 근육이 솟는 팔뚝으로 탄더미에 삽을 내리꽂았다.
『아직 먼 거 같습니까?』 『오카야마가 재어 보고 한 소린데,거리로 봐서,상당히 파들어 온 거 같다는 군.』 램프를 비춰주던 남자가 말했다.
『둘이 갇혔다고는 하는데,그 사람들이 무너지는데 깔린 건지 아니면 중간이 막혀서 못 나오고 있는 건지 그걸 아직은 모르겠군 그래.』 『살아는 있을까 모르지.그러길 바라고 이 고생들을하고 있는 건데,다른 도리가 없으니 이러고 있는 우리도 딱하지않은가.』 뒤쪽에서 바닥에 주저 앉으며 누군가가 중얼거렸다.
『어쩌다가 여기까지 와서…이 고생들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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